“매년 업무계획에 포함된 공유민박 제도”

최근 정부가 공유숙박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공유숙박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전히 정부는 공유숙박을 신성장 동력으로 바라보고 있고, 여전히 기존 관광숙박산업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공유숙박 법제화를 다시 추진한다면 사회적 해법 제시가 선행되어야 한다. 법제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것이고, 기존 관광숙박산업에서는 이를 대비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2022년 12월 당시 관광진흥기본계획 발표 현장
2022년 12월 당시 관광진흥기본계획 발표 현장

공유경제 개념에서 시작된 ‘공유숙박’
정부가 공유숙박 법제화를 신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공유경제라는 개념 때문이다. 공유경제란 기업의 제품을 최종소비자가 구입하는 기존의 소비활동에서 벗어나 이미 공장에서 출고되어 최종소비자가 소유하게 된 제품을 다른 소비자와 공유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게 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개념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나누어 사용하는 경제활동이다.

이미 공유경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도 많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우버(Uber)는 공유경제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우버의 사업 영역은 승차공유 서비스 (Ridesharing Service)다.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가 이동이 필요한 소비자를 목적지에 내려주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우버는 이러한 소비자와 소비자를 중개해 주는 플랫폼이며, 중개의 대가인 수수료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우버 외에도 숙박업 경영자들에게 익숙한 에어비앤비 역시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집을 숙박에 제공하면서 이익을 창출한다는 점이 큰 인기를 얻어 성장한 케이스이며, 공유 킥보드 서비스인 버드(Bird)는 다른 중개 플랫폼과 달리 킥보드를 소유해야 했기 때문에 사업 초기비용이 높았지만,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서 아무렇게나 세워두면 다른 소비자가 연계해 이용할 수 있다는 아이템 자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성장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우버와 유사한 서비스인 ‘타다’가 도입됐었고,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는 공유 자전거, 공유 킥보드 사업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공유경제 개념은 미국에서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정부가 공유숙박 법제화를 추진하는 배경은 이처럼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를 국내에 도입함으로써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의 안전 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동반되고 있다는 점이 숙제이며, 특히 공유숙박 법제화의 경우 기존 관광숙박산업과의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 한걸음모델 성과 발표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 한걸음모델 성과 발표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매년 정부의 업무계획에 포함된 정책
정부의 공유숙박 법제화 추진은 코로나19 이후 최근에야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사실 매년 업무계획에 포함되어 발표되어 왔다. 2021년에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한걸음모델’의 성과로 공유민박업 도입이 발표된 바 있고, 202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관광진흥기본계획에도 포함됐다. 비교적 최근에야 공유민박업 도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사실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23년도 관광진흥기본계획에도 내국인 대상 도시민박 제도화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요 업무계획으로 발표된 상황이다.

도시민박 제도화란 관광진흥법에 따른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에 내국인 숙박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내용을 말한다. 이미 2021년 당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위홈’이라는 공유숙박 중개 플랫폼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한시적으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에 내국인 숙박을 허용한 상황이며, 도시민박 제도화는 법률에도 이를 명시해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존 관광숙박산업과는 합의된 내용이 없다. 정부는 2021년 당시 기존 관광숙박산업과 합의를 마쳤고, 합의된 내용에 따라 도시민박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2021년 당시 기획재정부가 한걸음모델의 성과로 발표한 내용에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밖에 없다.

기존 관광숙박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사)대한숙박업중앙회 역시 공유민박 법제화에 찬성한 적이 없으며,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내용도 지금까지 이행된 바 없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도시민박 제도화는 기존 관광숙박산업과의 대화를 마무리 짓지 않고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며, 성급한 성과 의식으로 인해 무리한 발표를 잇따라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 이탈리아 피렌체
△ 이탈리아 피렌체

세계적 골치, 명확한 젠트리피케이션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도시민박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공유숙박이 큰 골칫거리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우선 공유숙박과 관련한 정부 연구용역 자료 중 가장 최신 자료인 ‘숙박공유 도입에 따른 효과분석 및 발전방향 연구’에서 국가별 숙박공유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2014년을 기점으로 많은 국가에서 공유숙박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오레곤주의 포틀랜드시는 2014년 7월부터 △9개월 이상 거주한 임대인 △180달러의 등록비 △안전 검사 △이웃에게 고지 등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공유숙박업을 허용했고, 스페인 마드리드는 △최소 5박 이상 △긴급 상황을 대비한 전화, 와이파이 설치 △투명한 가격 정책 등을 조건으로 역시 2014년 7월부터 허용했다. 또 포르투갈은 ‘공유경제 산업육성법안’을 마련해 △영업 현황 보고 △신고서 제출 등을 의무화하며 2014년부터 도입했고, 그리스와 아일랜드는 각각 공유 민박업 자유화, 공유민박 최소 품질 보장 정책 등을 통해 공유숙박을 법제화하며, 기존 관광숙박산업과 근접한 규제를 준수하도록 했다.

2014년 이후 세계 대부분의 주요 도시가 이러한 공유숙박을 법제화했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세계 곳곳에서 부작용이 불거지며 규제 강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무허가 세금 탈루 문제가 불거지면서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가 하면, 무허가 공유숙박을 운영하다 적발될 경우 수천만원 상당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조치했다. 특히 세계적인 관광도시 중 하나인 파리 등에서는 임대인들의 공유숙박 전환을 방지하기 위해 용도변경 절차를 까다롭게 규제하거나 일정 면적 이상을 넘어설 경우 높은 세율을 부과해 사실상 공유숙박을 차단하고 있다.

△ 미국 뉴욕
△ 미국 뉴욕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영구 거주자(연 275일 이상 거주자)에 대해서만 공유숙박을 허용하고 있고, 2년마다 갱신하도록 요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인 하와이주도 다주택자의 공유숙박을 금지하는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영업자에 대해서는 납세자료 제출을 의무화했다. 또한 캐나다에서는 비교적 젊은 세대가 공유숙박을 이용한 파티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만 25세 미만은 독채 공유숙박 대여를 금지했다.

특히 뉴욕은 올해 7월부터 30일 이내 공유숙박의 경우 임대인의 개인정보, 임대수익, 계좌정보 등을 신고하도록 하면서 관광세, 판매세, 호텔세 등을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최근 기존 공유숙박을 제외하고 신규 공유숙박 진입을 원천 차단한 상태다. 이처럼 세계 주요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공유숙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이 전월세 주택임대보다 공유숙박업을 추구하다보니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원거주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웃 간 각종 소음 문제 등의 분쟁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입장에서는 주택공급 안정화와 편안한 주거환경 조성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 특급호텔의 타임세일 홍보
△ 특급호텔의 타임세일 홍보

고객층이 다르다(?) 수도권부터 타격
공유숙박 법제화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 뿐 아니라 기존 관광숙박산업의 영업환경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도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수요층이 달라 큰 영향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숙박시설의 유형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직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대실과 같은 중소형호텔 특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내국인으로 서비스 대상이 확대되고, 소비층이 짧은 시간대의 이용을 원하는 상황이 늘어나면 직접 경쟁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숙박시설간 서비스 형태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코로 나19를 거치면서 특급호텔들은 타임세일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숙박을 제외한 짧은 시간대 호캉스를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이미 글램핑이나 캠핑을 중심으로 야외에서 숙박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산업에서는 숙박 없는 서비스가 정착된 상태이며, 주로 관광지에 조성되어 숙박으로만 운영되던 펜션 시장도 캠핑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처럼 숙박 없는 서비스를 일부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라고 해서 중소형호텔과 전혀 다른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정부가 도입하겠다는 도시 민박업이 내국인으로까지 서비스가 확대되면 예약플랫폼을 에어비앤비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얼마든지 야놀자나 여기어때 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수요층에 격차가 있다고 해서 중소형 호텔 숙박업 경영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는 이미 심각성 인지, 규제완화 필요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없는 도시가 제주특별자치도다. 제주도에 따르면 관광진흥법에 따른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제주도 관광진흥조례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중위생관리법과 관광진흥법 등 숙박시설을 정의하고 있는 모법이 존재하지만, 제주도는 자체적으로 관광진흥조례를 제정해 관리할 수 있고, 이 같은 조례에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없다는 것은 제주도 내에서는 정부의 공유민박 제도화가 정착되어도 등록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에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허용되지 않는 이유는 객실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 내에만 숙박시설의 객실 수가 7만여개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방문객 수를 고려한 적정공급량은 5만개 객실이다. 만약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을 허용했다면 아파트나 일반 가정까지 관광객을 유치하기 때문에 지역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공유민박 제도화가 도입될 경우 전국에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지역은 수도권이다. 현재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다. 만약 내국인 숙박이 허용된다면 수도권에만 전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59%에 달하는 1,254개 사업자가 신규로 등장하게 되고, 일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원룸 형태로 수십여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만여개의 객실이 새롭게 공급될 수 있다.

중소형호텔 시장과 직접 경쟁에 놓이는 시점에 도달한다면 제주도와 같이 객실의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유숙박 법제화는 기존 관광숙박산업의 영업환경을 크게 위축시킬 뿐 아니라 주요 관광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정부의 공유숙박 법제화는 관광숙박산업의 영원한 반대에 부딪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숙박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