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민박은 날고 생활숙박시설은 기고”

2023년은 전세계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엔데믹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코로나19는 소비트렌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전통적이고 고착화되어 있던 라이프스타일도 달라진 상태다. 이는 관광숙박산업에서도 중요한 숙제다.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영업전략과 바뀐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시설을 확충하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적, 법률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과도기다. 이에 업종별 현재 상황과 트렌드를 점검해 봤다.

단속 엄포에 최대 업종이 된 농어촌민박업
지방 소도시의 소규모 펜션과 민박시설이 주로 등록했던 농어촌민박업은 이제 관광숙박산업에서 사업자가 가장 많은 최대 업종이 됐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농어촌민박업은 ‘농어촌지역 또는 준농어촌지역의 주민이 소유 및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투숙객에게 숙박·취사시설·조식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등장한 것이 농어촌민박업이다.

그러나 실제 농어촌민박업은 농어촌민이 활용하는 비율보다 대형 리조트나 펜션에서 변칙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전통적인 숙박업이나 호텔업과 비교하면 규제 강도가 낮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형 리조트가 더 이상의 숙박건축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주택용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농어촌민박업으로 등록하면서 더 많은 객실을 확보하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정부에서 이러한 변칙 영업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농어촌민박업을 활용하는 계층이 지역 정치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정부와 국회에서는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다가도 결국에는 규제완화를 결정하는 형태로 진화해 왔다.

휴게음식점업 등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식사류를 제공할 수 없는 사회적 통념도 농어촌민박업은 피해 갔다. 법적 정의 자체에서 조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러한 규제완화 시도가 있었던 시점도 2015년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어촌민박업은 양적 성장에 날개를 달게 됐다. 접근성이 워낙 뛰어나 에어비앤비를 통한 공유숙박시설이나 지방 소도시의 무허가 불법숙박시설들이 대거 농어촌민박업으로 등록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제주도에서는 게스트하우스, 지방의 주택가 한복판에서는 감성 숙소라는 이름으로 관광숙박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여전히 규제완화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개체수가 폭증한 상태다. 앞으로 농어촌민박에 대한 더 많은 규제완화가 이뤄진다면 무소불위의 슈퍼숙박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본연의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는 숙박업
농어촌민박업이 관광숙박산업에서 사업자가 가장 많은 최대 업종이라면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숙박업은 우리나라에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업종인 만큼, 아직까지 개체수도 농어촌민박업과 대등한 수준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숙박업의 가장 큰 장점은 관광숙박산업의 모든 업종을 통틀어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이다.

상업지구에는 반드시 중소형호텔이 있고, 갑작스럽게 숙박을 해결해야 할 일이 발생한다면 전국 어디서나 가장 쉽고 빠르게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바로 숙박업이다. 이러한 뛰어난 접근성과 경쟁력에 힘입어 숙박업은 농어촌민박업이 개체수를 뛰어넘기 전까지 관광숙박산업에서 항상 사업자가 가장 많은 업종으로 군림해 왔다. 특히 건축물 전체를 사업장으로 활용하는 업종의 특성상 부동산에서부터 출발해 인테리어, 건축 자재, 가구, 소품, 침구류, 린넨류, 가전, 어매니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산업과 동반 성장해 왔고,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숙박업 경영자들은 남 부럽지 않은 매출과 수입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에는 술집이 많은 유흥가 중심 등이 최고의 숙박상권으로 통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즐기는 문화가 크게 줄었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중소형호텔로 포장하더라도 모텔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다. 모텔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섹슈얼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에어비앤비를 통한 공유숙박,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의 대체품도 크게 늘었다. 이에 최근 리모델링을 단행하는 중소형호텔은 대부분 모텔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자인 자체를 관광호텔처럼 조성한다거나 유니크한 테마로 무장해 모텔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숙박업의 트렌드는 결국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얼마나 탈피하냐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다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업종 특유의 경쟁력은 관광숙박산업에서 여전히 독보적이다.

다시 뛰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관광숙박산업에서 가장 많은 영업적 손해와 피해를 입은 업종을 꼽으라면 대형호텔과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을 꼽을 수 있다. 대형호텔은 고정지출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수입이 낮아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전국 곳곳에서는 대량 해고에 따른 노무 분쟁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호텔은 부동산이라는 탈출로가 있었다. 강남 1호 특급호텔, 이태원과 명동의 랜드마크였던 특급호텔이 부동산 거래를 통해 탈출구를 마련했다. 반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영업중단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법적으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외국인에게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세계의 여행이 중단됐던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특히 업종 자체가 가장 밀집해 있던 수도권에서는 줄폐업과 업종전환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상황은 엔데믹을 맞이하면서 반전되고 있다.

정부가 공유민박 제도화라는 이름의 공유숙박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 공유숙박 플랫폼인 위홈을 통해 일부 조건을 충족하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도 내국인에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서비스 대상 지역도 수도권을 넘어 부산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수도권에는 없는 농어촌민박업의 대체품이다. 일반적인 가정집이어야만 등록이 가능하다. 이는 서울 주택가 한복판에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업지구에만 들어설 수 있는 숙박업, 호텔업과는 다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엔데믹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할 조짐이라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유행과 중국 단체관광객이 수도권에 집중되면 다시 한번 양적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호텔업은 웃고 생활숙박시설은 울다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숙박시설 중 관광호텔업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처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수많은 대형호텔이 문을 닫았지만, 엔데믹을 기대하며 꿋꿋하게 버틴 관광호텔들은 웃을 일만 남았다. 숙박업과 호텔업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이후 많은 객실을 갖춘 호텔들은 업종전환이나 부동산 거래를 통해 탈출구를 찾았다. 수많은 호텔들이 각자의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사이 전통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상권에는 많은 객실을 갖춘 대형 숙박시설들이 크게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이한 엔데믹과 중국인 단체관광의 재개는 꿋꿋하게 버틴 대형호텔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호텔의 개체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유치경쟁이 한결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완전히 울상인 업종도 있다. 생활숙박업이다. 사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많은 대형 숙박시설들은 생활숙박시설로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했다. 생활숙박시설의 가장 큰 특징은 객실 내부에 취사시설을 갖출 수 있고, 호실별 개별등기가 가능해 분양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양상품이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거주시설로 이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행강제금의 규모는 공시지가의 10%다. 만약 생활숙박시설 건축물의 1개 호실의 공지지가가 3억원이라면 매년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피스텔로 용도를 전환하거나 숙박업으로 등록해 완전한 상업시설로 탈바꿈해야 하지만, 호실마다 수분양자가 달라 의견을 취합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오피스텔 전환은 투자금 조성이 필요하고, 숙박업 등록은 30개 이상 객실을 하나로 규합하거나 건축물 연면적의 3분의 1 이상이 모여야 한다. 다만, 숙박업도 로비와 프론트 조성 등 투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정부가 오피스텔 전환 유도를 위해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시점도 10월 중순이면 종료된다.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은 매년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거나 위탁운영사에 숙박업 등록과 운영을 맡기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재로써는 저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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