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당구장도 30억인데, 숙박은 10억”

정부는 지난 3월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차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14일 신청이 종료된 것이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이다. 예로 호텔에서 서빙로봇, 키오스크, 무인시스템 등을 도입할 때 정부에서 최대 1천5백만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아직 추진되지 않은 수많은 지원 정책이 대기 중이다. 그러나 성공한 숙박업 경영자는 이를 활용할 수 없다. 숙박산업의 소상 공인 기준이 10억원 미만이기 때문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 문제의 핵심은 ‘차별’
숙박업 경영자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활용하기 위해 서는 우선 소상공인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비교적 최근 실시한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 중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 업’을 예로 들면 신청 자격이 소상공인기본법 제2조에 따른 소상 공인이다.

소상공인의 기준은 광업,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을 제외하면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어야 한다. 또한 연평균 매출액은 10억원 이하다. 말 그대로 호텔 중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고 연매출 규모가 10억원 아래라면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 등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책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숙박산업에 대한 소상공인 기준은 코로나19로 매출이 하락한 상황에서 다수의 호텔이 무리 없이 포함될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10억원이라는 연매출 규모가 숙박산업에서는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가 나쁘지 않았던 과거에는 10억원의 연매출 규모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점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업종과 형평성이다. 예를 들어 한국표준산 업분류에 따라 구분된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연매출 기준이 30억원 이하다. 보통 헬스장, 스크린골프장, 당구 장, 노래연습장, PC방 등이 해당되는데, 연매출 10억원 달성이 극히 드물고 어려운 업종이다. 이들 업종은 매출규모가 최상위 0.1%에 속하더라도 넉넉하게 소상공인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 이다. 숙박산업은 평균치를 웃돌면 소상공인에서 제외되고, 다른 업종들은 최상위 0.1%의 성공한 업소라도 넉넉하게 소상공인이 되는 것이다.

숙박산업이 소외되고 있는 불이익은?
이처럼 지나치게 엄격한 소상공인 기준으로 숙박업 경영자들은 다양한 지원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우선 정부 지원 사업들이 문제다. 그동안 숙박산업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했다. 특히 집합금지나 영업제한이 아닌 시설규제에 해당하고, 소상공인 기준까지 엄격해 지원금을 수령하지 못할까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불안감은 코로나대출과 대환대출 등 정부 금융지원책에 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말 그대로 소상공인에게만 적용된다. 다른 업종들에서는 최상위 연매출의 업소도 어렵지 않게 지원책을 활용하고 있는 반면, 관광숙박산업은 매출이 높게 나타나면 불안한 상황이 됐다. 당장 최근에 종료된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대부분의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의 사업 내용들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처지다.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책도 마찬가지다. 최근 소상공인들에게는 지자체의 정책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코로나 대출 등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고,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설개선자금 지원, 설비 지원, 융자 지원, 대환대출 등 지자체마다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소상공인 기준이 적용되면서 일부 숙박업 경영자들은 소외되고 있다.

기업이 바라보는 소상공인 기준도 연매출 10억원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10월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로 소상공인 피해지원 책을 내놓았다. 피해보상 대상은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영업피 해가 발생한 소상공인인데, 카카오는 소상공인의 기준을 연매출 10억원 이하로 제한했다. 이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최소 연매출 기준이 10억원 이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책 불이익의 근본적 원인은?
숙박산업에서 이러한 정책 불이익이 발생하는 원인은 ‘한국표 준산업분류’ 때문이다. 단순히 연매출 규모가 10억원 이하로 책정 하고 있는 소상공인기본법 때문이 아니라 숙박업과 음식점업을 대분류로 묶어두고 있는 구시대적인 산업분류 자체가 문제다.
한국표준산업분류는 1963년 3월 광업과 제조업 부문에 대한 산업분류를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처음 제정될 당시에는 숙박이나 음식점업과 같은 서비스 제공 업종은 없었고, 주로 생산과 제조에 집중된 광업, 제조업의 분류 체계만 갖추고 있었다. 특히 6.25 직후 사회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산업분류 자체도 유엔(UN)의 국제표준산업분류를 기초로 했다.

1963년 처음 제정된 이후 한국표준산업분류는 1970년, 1975 년, 1984년, 1991년, 1998년, 2000년, 2007년, 2017년에 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분류기호 I’인 ‘숙박 및 음식점업’은 1975년 처음으로 산업분류에 포함됐다. 무려 48년 동안 국가 통계에서 숙박산업과 음식점업은 하나의 대분류로 공표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1975년 당시와 달리 숙박산업과 음식점업은 48년 동안 전혀 다른 업종으로 성장해 왔다. 사업체수도 전혀 다르다. 국가 통계에서도 분류기호 I ‘숙박 및 음식점업’의 구성비는 음식점업이 96% 이상, 숙박업이 4% 미만이다. 이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숙박산업은 명확한 통계가 없다. 만약 정부 정책이 상세 분류와 통계가 아닌 대분류 중심으로 작성된다면, 숙박산업은 소상공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넘어 음식점업에 매몰 되면서 제대로 된 정책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고, 이미 소상공인 기준에서도 불이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외되기에는 지나치게 큰 산업규모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등을 모두 포함하는 식품접객업에 해당하는 ‘음식점업’은 우리나라에서 사업 체수와 종사자수가 가장 많은 업종이다. 대표 단체 중 한 곳인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는 사업체수 규모를 300만으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다.

숙박산업의 규모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흔히 중소 형호텔로 표현되는 숙박업, 펜션을 중심으로 한 농어촌민박업의 규모가 가장 크고, 호텔, 게스트하우스, 리조트, 캠핑장 등 숙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든 업태를 아우르면 6~7만 규모로 추산된다. 음식점업과 비교하면 2~3% 규모에 불과한 것이 숙박산업이다.

그러나 단일 업종으로만 살펴보면 6~7만개의 사업체 규모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PC방과 스크린골프장은 1만개 이하로 집계되고 있으며, 헬스클럽이 1만 개를 다소 웃도는 정도다. 실제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6~7만개 규모의 숙박산업보다 사업체 수가 많은 곳은 음식점업을 제외하면 통신판매업(543,088개), 부동산중 개업(147,360개), 미용실(111,107개), 옷가게(87,890개) 정도다.

결과적으로 숙박산업은 음식점업에 매몰되어 있기에는 단일 산업으로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특히 1인 근로가 드문 업종 이기 때문에 종사자 수 규모가 전체 업종 중 상위권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한국표준산업분류의 개편이 요구되는 이유 이기도 하다. 48년 동안 유지된 낡은 산업분류 체계는 다시금 작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분류 체계가 원인이 되어 정책적 불이익이 발생하는 산업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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