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인력관리에서 완전한 해방 추구”

지난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 2023 코리아 호텔쇼에서는 관광숙박산업에서 생소한 ‘열한시’라는 스타트업이 부스를 마련해 참여했다. 당시 열한시는 SaaS 기반으로 숙박시설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 테크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하며, 자사의 하우스키핑 긱워커 플랫폼 ‘키퍼(keeper)’ 앱을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관광숙박산업에 청소 인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청소 인력관리는 숙박업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꺼리다. 이에 해법을 제시하고 나선 열한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열한시 이동희 대표

출장세차 플랫폼을 이미 성공시킨 그룹
사실 관광숙박산업에서 완전한 무인화가 어려운 이유는 청소 때문이다. 숙박시설을 운영·관리하는 과정에서 기계적인 장치나 소프트웨어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청소다. 결국에는 인력을 통해서만 객실 청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고용관계에 의한 근로자를 채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는 점에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상승하고 외국인은 비자 문제, 내국인은 노무분쟁에 휘말리기 쉽다. 마음에 드는 근로자를 채용해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며,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결국에는 숙박업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꺼리는 객실 청소 인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있다. 경영은 그 다음이다.

열한시는 바로 이 같은 관광숙박산업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특히 스타트업으로써도 차별점이 느껴지는 부분은 구성원들이 이미 한 차례 성공한 플랫폼을 제작한 바 있는 베테랑들이라는 점이다. 열한시의 이동희 대표와 직원들은 출장세차 플랫폼인 ‘차케어’를 제작해 운영하면서 쏘카에 인수된 바 있다. 인수 조건인 3년 근무 조건도 모두 채웠다. 이들은 스타트업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 인수에도 성공한 경험이 있고, 큰 기업의 구성원으로 근무한 경험도 쌓았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경험이 녹아들어 다시 시작된 스타트업이 바로 열한시다.

이 대표는 “출장세차 플랫폼 이후 주로 생활숙박시설 위탁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처에서 관광숙박산업의 객실 청소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게 됐다”며 “숙박시설과 키퍼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고, 세차는 비가 오거나 바쁘면 안하기도 하는 선택제지만, 객실 청소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필수제이기 때문에 평소 필수제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과도 맞아 떨어져 구성원들을 설득해 열한시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숙박업 경영자는 진짜 경영만 하세요”
열한시의 키퍼앱을 살펴보면 이 대표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그려진다. 이제는 긱잡의 대명사가된 라이더와 같이 숙박시설의 객실 청소를 무대로 ‘키퍼’가 제2의 대명사가 되길 바라는 꿈이 그려지는 것이다. 즉, 열한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키퍼 앱은 객실청소원이라고 할 수 있는 키퍼와 객실 청소 인력을 필요로 하는 숙박시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라이더가 긱잡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거친 것처럼 열한시의 키퍼 앱도 유토피아까지 먼 길을 걸어야 한다. 아직은 전국을 즉시 커버할 수 있는 키퍼가 부족하고, 키퍼 앱을 이용하는 숙박시설도 부족하다. 유토피아는 이 연결고리가 완성되어야만 가능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열한시는 호텔과 개별 계약을 통해 키퍼를 상주시키는 형태로 사업을 시작한 상황이다. 전국망은 18개 지점을 통해 커버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2022년 1월 어반스테이 명동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주요 타깃층은 미들레인지급 호텔과 생활숙박시설이다. 계약내용은 하루 객실 수, 객실의 크기, 청소의 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견적을 위해서는 열한시로부터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대체로 원룸 형태의 욕실을 하나 갖춘 소형 객실이라면 1회 청소 가격이 만원 수준이다. 컨설팅에는 기존 청소 인력을 유지하는 것과 키퍼 앱을 이용하는 비용의 차이가 설명된다. 이를 포함해 전체적인 견적이 설정되고, 숙박시설이 열한시와 계약을 체결한 순간부터는 숙박업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고충인 객실 청소 인력 유지·관리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다.

“요금말고 청결로 승부하게 될 것”
열한시는 숙박업 경영자들이 요금 경쟁이 아닌 청결 경쟁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나타내고 있다. 호텔 간 경쟁에서 가장 쉽고 간편한 경쟁이 요금단가를 낮추는 출혈경쟁이라면, 경쟁에서 더 빨리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가 앞으로는 객실 청소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는 키퍼 앱이 더 빠르고 더 깨끗하게 객실의 청결상태를 유지하게 될 비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키퍼 앱은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키퍼들이 메모해 둔 객실별 특이사항들이 고장 난 시설물이나 훼손·파손된 시설물의 현황을 빨리 캐치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며 “이는 월급여를 받는 청소 인력들이 소홀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로, 키퍼 앱은 키퍼들이 일한만큼 돈을 버는 긱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청결함을 유지하는데 유리하고, 이는 출혈경쟁을 대체하는 경쟁력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열한시가 그리는 유토피아는 관광숙박산업에서는 난제 중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었던 산업의 커다란 숙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 트업이 앞으로 관광숙박산업에서 얼마나 두각을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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