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 발표… 해외 기업에도 국내법 적용
전문가들 "플랫폼법 입법시 '국내 역차별 우려' 해소 위한 기반 다지기 행보" 분석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해외 플랫폼 기업들에게 국내법을 적용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좌초 위기에 놓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재추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법 입법으로 인한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행보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3월 13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하며, 해외 플랫폼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내 플랫폼과 똑같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소비자 및 사업자 측면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종합대책으로 3대 추진전략과 4대 주요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국내법 적용 대상임에도 물리적 한계 등으로 제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에 대한 조사·감시를 강화해 국내법이 차별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의 경우 소비자가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도록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부처간 공동 대응도 이뤄진다. 식약처, 특허청, 관세청, 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는 불법유통, 부당광고, 가품 적발, 청소년 유해매체물 차단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움직임에 대해 무기한 연기된 플랫폼법을 재추진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법 입법시 가장 우려됐던 사항은 국내 기업 역차별이다. 즉, 해외 플랫폼 제재는 쉽지 않기에, 국내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과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만 저해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지난 2월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번 해외 플랫폼 제재 행보가 플랫폼법 입법을 위해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이유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3월 7일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플랫폼법 독과점 폐해를 규율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플랫폼법 재추진 전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정위의 적극적인 규제 카드로 최근 해외 플랫폼들이 잇따라 정책을 변경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미국 공유숙박 플랫폼 기업인 에어비앤비에 ‘호스트 정보 미표시’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향후 행위 금지명령 및 이행 명령,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그동안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정보는 결제 전까지 알 수가 없었다. 에어비앤비가 이행명령을 실행해 호스트 정보가 표시되면, 무분별한 불법공유숙박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제재가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저가 제품으로 한국 e-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 중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는 공정위 발표 하루만인 3월 14일 고객센터 전화상담서비스와 90일 내 100% 환불 등 국내 소비자 보호 정책을 발표했다. 

관광숙박산업 관계자는 “독과점 플랫폼들의 갑질과 불공정행위가 심화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고스란히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추후 플랫폼법이 재추진된다면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독과점 플랫폼들을 규제해야 한다. 우리나라 플랫폼 생태계에 맞고 해외 플랫폼도 아우를 수 있는 체계적인 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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