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ZONE] 자영업·소상공인은 모래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PRESS ZONE] 자영업·소상공인은 모래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 이상혁 기자
  • 승인 2024.01.3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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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은 불법이다. 그러나 모든 산업 구성원들은 담합을 희망한다. 한 몸처럼 움직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직면한 과제는 요금인상이다. 모두가 동시에 요금을 인상한다면 소비자 불만도 없을 것이고,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의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하지만 실제로 담합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어렵게 특정 상권에서 동일업종 종사자들이 모여 요금인상이 아닌 출혈경쟁을 방지하자는데 의견을 모아도 일부 소비자들이 비슷한 요금단위가 이상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신고하면 행정처분을 피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상권모임의 결정에 따르던 사람들도 이때부터는 요금경쟁의 당위성을 갖추게 된다.

불매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소상공인 분야에서 불매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정 산업에서 불매가 촉발되는 원인은 특정 기업이 산업 생태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 공통적으로 나타났을 때 불거진다. 관광숙박산업에서는 야놀자, 여기어때로 대표되는 숙박예약앱이 그렇다. 하지만 숙박산업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불매가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오늘의 매출이 걱정스럽고, 당장 이번 달 매출감소가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탄탄한 소비자층을 확보한 플랫폼이나 기업 서비스를 불매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불매에 참여했던 자영업·소상공인들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불매를 철회하게 되며, 이러한 악순환이 불매운동의 성공사례가 드문 원인이다. 사실 새롭게 신규 창업한 호텔, 리모델링을 단행한 호텔, 과감한 투자와 시스템 도입으로 선도적인 모델을 구축한 호텔 등을 가장 앞서 취재하게 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숙박업 커뮤니티나 카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담합을 요구하고 출혈경쟁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에 괴리를 느끼기도 한다.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원하는 숙박업경영자들은 오히려 야놀자, 여기어때와 같은 숙박예약앱을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칭찬하며 더 많은 광고비를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것이 더 많은 지출이 요구되는 악순환을 만들지라도 당장은 더 많은 고객들에게 호텔이 노출되길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기심은 반드시 업계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반대로 자유경제시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유지하고자 요금경쟁이 없길 바라는 마음은 이기심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정답은 없다. 그 어디에도 이기심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커뮤니티나 단톡방에서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스스로가 움직일 생각은 없고 누군가 움직여주길 바라는 숙박업경영자도 많다. 자리를 마련해도 참여하지 않고, 움직여달라 호소해도 본인이 참여할 생각까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누군가 해주길 바란다며 몇 글자로 비판하는 일들은 흔하다.

자영업·소상공인 업계에서 담합은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같은 업종의 종사자라고 해서 형편이나 상황이 모두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답 하나는 정해져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크고, 손해가 분명하다면 마지노선의 요금대가 생긴다는 것이고, 플랫폼 가맹도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익이니 요금을 내리는 것이고 숙박예약앱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쩌면 담합이란 공허한 메아리일 수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일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청결에 더 매진하고, 부가수익 아이템을 발굴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공통된 현안에 함께 목소리를 내주고 항의하고 참여하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희망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지원해 나가며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업계 분위기가 조성되어 담합이 아닌 단합으로 이어진다면 불가능했던 희망들이 어쩌면 현실적으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모래알을 뭉치려면 물이 필요하고, 조금만 걸으면 바다가 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 바다가 멀든 가깝든 출발점은 항상 한걸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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