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자의 특약 불이행, 어떨 때 계약 해제 사유가 될까?
분양자의 특약 불이행, 어떨 때 계약 해제 사유가 될까?
  • 고범석 기자
  • 승인 2024.02.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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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약서에 특약사항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특약 위반의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적지만, 이해당사자 간 채무불이행을 인정하는 일이 드물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대법원은 이행되지 않은 특약이 계약의 목적 달성에 필요불가결한 것일 때, 즉 부수적 채무가 아닌 주된 채무일 때 계약 해제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판례를 통해 어떠한 특약 위반이 주된 채무가 될 수 있는지와 특약사항 기재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이번 판례는 외국인인 원고가 투자이민을 위해 2013년 제주도의 한 휴양 콘도미니엄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의 특약 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권을 주장한 사건이다. 특약 불이행에 의한 계약 해제의 적법성을 구별하는 기준은 다소 추상적인 편이라 이 사건에서도 심급을 달리하며 법원의 결론은 계속 달라졌다.

원고와 피고가 계약할 당시, 분양계약서에는 피고가 2016년까지 건축물 인근의 고압선을 지하로 매립하는 ‘고압선 지중화 작업’에 대해 약속하는 특약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가 계약한 콘도미니엄 1개 호실이 있는 건물 C동 위쪽에 고압선 송전탑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원고는 4차례에 걸쳐 분양대금을 지급했고, 피고는 2014년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줬다. 문제는 피고의 특약사항 이행 과정에서 일어났다. 피고는 고압선 지중화 작업을 위해 용역계약 등을 체결하기도 했으나 추진에 실패했다. 한국전력공사와 시공업체 선정 및 비용 부담에 관한 협의가 결렬되어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고는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반환과 위약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게 된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에서 제주지방법원은 원고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피고가 원고에게 고압선 지중화까지 모두 마쳐 줘야 해당 부동산 인도 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한 것으로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제주지방법원 2020. 4. 9. 선고 2019가합13717 판결].

고법 “계약 주 목적은 ‘영주권 획득’… 원고 청구 기각”  
그러나 항소심의 결과는 달랐다. 광주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광주고등법원(제주) 2021. 12. 22. 선고 2020나10222 판결]. 법원은 민법 제544조 ‘당사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즉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 해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고압선 지중화라는 피고의 채무가 원고의 계약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계약서에 ‘피고가 약정된 60일 이내에 원고에게 해당 건축물을 넘겨주지 못한 경우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있다’라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 특약사항을 위반한 때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는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고가 분양계약을 체결한 주된 목적 또는 이유를 대한민국의 영주권 획득이라고 봤다. 주목적 달성에 있어 고압선 지중화 작업을 필수적인 이행 의무로 보지 않은 것이다. 
원고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로부터 소를 제기한 시점까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고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법원은 원고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후 오히려 해당 부동산을 점유, 사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피고의 고압선 지중화 작업 불이행으로 원고가 건물에 체류하고 영주권을 획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 “영주권 획득보다 부동산 가치 하락에 중점”
대법원의 판결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다203804 판결]. 첫째, 일반적인 휴양콘도미니엄업의 분양방식인 구좌분양이 아닌 객실분양이기에 재산적 가치가 무겁다는 점. 둘째, 고압선을 지하에 매립하기로 하는 특약사항이 분양계약서에 ‘특별히 수기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4조 3항에 따라 내국인이 휴양콘도미니엄을 분양받으려면 최소한 1개 객실당 최소 5명 이상에게 나누어 분양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1인 1객실로 분양할 수 없다. 다만,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에 한해 외국인 1인 분양이 가능하다. 원고는 외국인이므로 1인 분양을 진행했던 것이다. 이에 대법은 원고가 계약한 해당 부동산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큰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피고의 고압선 지중화 미이행은 부동산 가치 하락에 영향을 주는 ‘주된 채무불이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계약서를 작성할 때 상황에 따라 특약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다. 만약 계약을 앞두고 있는 숙박업경영자라면 법적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해 꼭 특약의 내용을 구두가 아닌 계약서 특약란에 명시해야 한다. 또 특약 기재시 누구나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식의 표현을 써야 한다. 당사자들만 알아볼 수 있는 애매한 문구나 어휘를 사용한다면, 특약을 기재했더라도 내용의 해석을 놓고 또 다른 분쟁이 시작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불어 특약 미이행으로 계약 해제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이러한 부분을 명확하게 기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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