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부처, 6개 법률, 25개로 분산된 숙박업”

모든 숙박업종은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숙박업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는 무허가 숙박시설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으로 알 수 있다. 사실상 모든 대법원 판례는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숙박업의 정의에서부터 출발해 무허가 숙박시설 운영 혐의를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숙박업종에 대한 관리가 6개 부처, 6개 법률, 25개 업종으로 분산되어 있다. 동일하게 숙박을 제공하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전체 숙박업종이 분산되어 있는 것이다. 관광숙박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일원화해야 한다.

▲ 소관부처 이전을 결의한 2020년도 숙박협회 이사회

이미 일원화를 위한 움직임은 시작됐다
(사)대한숙박업중앙회(회장 정경재, 이하 숙박협회)는 지난해 7월 개최한 2020년도 임시이사회에서 소관부처 이전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장기적으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서 벗어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 소관부처를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숙박협회가 소관부처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가 복지부의 관리·지원미흡 때문이다.

당초 복지부는 숙박업에 대한 관리에만 집중하고 규제완화나 진흥 등 정책적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숙박업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문체부와 같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특별고용지원업종에는 문체부가 소관하고 있는 관광진흥법상 관광호텔업종만 포함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 역시 숙박시설의 소관부처 일원화를 고민하고 있다. 지나치게 분산되어 있는 숙박업종의 문제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였던 2019년 10월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었던 우상호 의원은 숙박업종이 20여종에 달하며 소관부처도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숙박시설의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일원화된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우 의원은 업종, 업태, 관리·감독 기관의 다양화는 정확한 산업실태를 파악하기 어렵고, 미등록 영업 등 불법업소에 대한 대처를 어렵게 하는 동시에 복잡한 숙박업의 체계로는 안전문제 등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관광숙박시설의 수급 정책면에서도 여러 부처가 각기 다른 정책적 관점으로 접근한 까닭에 숙박수요에 대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공급 및 관리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이에 문체부는 2020년도 업무계획에서 숙박업의 소관부처 일원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문체부에서 발표한 ‘2020년 업무계획’에는 숙박시설의 관리체계 개선을 올해 상반기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대해서는 2020년 5월까지 부처별 협의를 거쳐 법률 개정을 비롯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함에 따라 해당 업무계획의 실행에 문제가 발생했고, 현재까지 정책추진이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에서도 원하는 소관부처 일원화
현재 숙박업종은 공중위생관리법, 관광진흥법, 청소년활동진흥법, 산림문화휴양에관한법률, 농어촌정비법, 수산업법 등 6개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고, 각각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산림청,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6개 소관부처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처에서 가장 많은 숙박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전체 숙박시설의 규모는 61,741개로 집계됐다. 단일 업종으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30,445개)과 농어촌정비법에 의한 농어촌민박업(21,701개)이다. 숙박시설에 대한 전문성이 가장 높은 문체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숙박시설의 규모는 8,000여개에 불과하며, 나머지가 산림청,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에서 관리하고 있다.

결국 이처럼 위태로운 숙박업의 관리체계는 다양한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발생한 사건은 지난 2020년 1월 25일 강원도 동해시의 한 무허가 불법펜션에서 발생한 가스폭발사고다. 해당 사고는 설 연휴 기간에 발생했으며, 일가족 7명이 참변을 당했다. 특히 사고를 수습한 동해시는 숙박시설에 대한 관리체계 일원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당시 동해시는 유명 관광지의 상당수 펜션은 무허가이며, 관리부재의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은 분산된 숙박시설의 관리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박시설에 대한 관리를 여러 부처에서 나누어 담당하다보니, 일선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담당자가 혼선이 있고, 무허가 펜션을 단속해야 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숙박업종에 대한 소관부처 일원화를 방관하고 있는 사이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은 숙박업
현재 모든 관광숙박산업은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코로나19 ▲공유숙박 ▲무허가 숙박시설 근절이라는 당면과제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전체 숙박업종이 내국인 대상 영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법률적으로 내국인 대상 숙박영업이 금지되어 있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고사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원인이다. 결국 해당 업종에서는 공유숙박 플랫폼을 통해 음성적으로 내국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단속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불법행위가 방치되고 있고, 구제방안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공유숙박 법제화에 대해서도 업종마다 의견이 다르다. 도시민박업종은 공유숙박업을 도입함으로써 도시민박업 경영자들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숙박업과 농어촌민박업은 유사 숙박업종이 증가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숙박이라는 공통된 산업 내에서 업종별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업종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관광진흥법의 관광숙박시설들은 대부분 객실 수가 수천개에 이르는 특급호텔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특급호텔은 전국에 수백개에 불과하며, 약 5만개에 이르는 숙박업과 농어촌민박업에는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구제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연말연시 특별방역 대책도 문제다. 정부는 최초의 영업제한 내용에서 객실 규모의 2분의1 이상 영업을 금지했지만, 최근에는 규제를 다소 완화해 3분의2까지 영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객실수가 10개 미만인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은 물론, 30개 객실 수준에 머물고 있는 숙박업은 영업가능한 객실의 수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 반면에 객실수가 수천개에 달하는 특급호텔은 영업가능한 객실의 수가 수백개에 이르며 영업에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객실의 총량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제주도의 숙박시설은 총 5,631개, 객실은 74,064개로 집계됐다. 하지만 제주도의 적정 객실 수는 약 46,000개다. 약 3만개의 객실이 과잉공급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숙박시설과 객실의 총량을 관리해야 할 주체가 불명확함에 따라 발생한 문제로, 객실 과잉공급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허가 불법숙박시설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공유숙박 법제화로 객실과잉공급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현재 관광숙박산업이 처해 있는 문제다.

여기에 더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는 규제는 관광숙박산업 종사자들의 영업환경을 위축시키는 원인이다. 결국 전체 숙박업종의 소관부처와 관리체계를 일원화하지 않는다면, 국내 관광숙박산업은 계속된 소비자 안전사고, 업종간 불균형, 형평성, 객실과잉공급, 규제 일변도의 정책노선을 개선할 수 없다. 관광숙박산업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전체 숙박산업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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