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하 EU)의 플랫폼 규제 법안 시행에 따라 애플, 구글 등이 폐쇄적 정책을 허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현재 표류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향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에서 3월 7일부터 시행되는 ‘디지털 시장법(이하 DMA)’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 독점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연간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좌초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정부의 ‘플랫폼법’은 유럽의 DMA와 비슷한 독과점 규제 법안이다. 플랫폼법 입법이 무기한 연기된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반발이 심해지자 규제 대상인 ‘지배적 사업자’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한 타겟팅과 기동성 있는 전략이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플랫폼들의 불공정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안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DMA는 이미 애플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애플은 유럽에 맞서 소송까지 진행하며 저항했지만, 결국 지난 1월 앱스토어를 개방해 타 스토어에서도 앱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하고 제3자 결제를 허용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2008년 앱스토어가 시장에 데뷔한 지 15년만으로 일부 외신에 따르면 “생태계를 뿌리부터 바꾸는 역사적인 변화”라고 평했다.

구글도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각종 가격 비교 사이트를 우선 노출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구글에서 호텔 등의 숙박시설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 내에 이미지와 가격 등 관련 정보만 보여줬지만, 3월부터는 검색 결과에 가격 비교 사이트의 링크 그룹을 포함해 전용 항목이 추가된다. 이는 기존 관행을 깨는 상당한 변화인데, 유럽의 DMA는 구글 검색 결과에 구글 자체 제안과 동등하게 가격 비교 서비스와 제품을 노출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규제 법안은 소상공인 보호와 소비자 후생 증대에 반드시 필요하다. 플랫폼 사업은 한번 생태계를 장악하면 큰 권력이 생긴다. 광고비·수수료를 마음대로 정해도 쉽게 거부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지난 1월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정률제’ 수수료는 경영자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수료가 커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고정된 금액의 광고비만 내는 정액제보다 소상공인 부담이 커 자영업자들은 불만을 표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배민 측은 전 세계 플랫폼이 채택하고 있는 수익모델이며, 근래 요율 변동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소상공인 처지에서는 손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들은 또 플랫폼법이 시행됐더라도, ‘네카오’ 등 거대 기업만 포함되고 숙박앱, 배달앱 등은 빠져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관광숙박산업 관계자는 “지배적 사업자를 시가총액, 기업규모, 이용자수, 시장점유율 등으로 사전지정하는 것은 해외뿐만 아닌 국내 기업의 성장까지 방해할 우려가 있다. 유럽의 DMA·DSA는 자국 내 규모가 큰 플랫폼 기업들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우리나라 플랫폼 생태계와 맞지 않는 모델이었다”며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 피해 예방·해소와 소비자 후생 증대다. 플랫폼법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정책·법률안을 마련하거나 기존 공정거래법안에서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신속하게 저지하는 등 독과점에 대한 규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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