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비용증가 해결하려면 도입 불가피"… '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서 주장
산업계 "인력난 해소에 필수적" 반색… 노동계 "불필요한 사회 갈등·분열만 야기할 것"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제시, 각계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한은은 3월 5일 열린 '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늘어나는 보건서비스 노동 수요에 비해 노동 인력이 부족하다며, 2042년쯤에는 공급 부족 규모가 155만명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국내 인력만으로는 돌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외국인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도입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돌봄·저출생·여성경력단절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외국인 노동자 도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나 현실적으로 돌봄서비스 부문 인력난을 충분히 해결하기도 어렵다"며 "서울시가 외국인 돌봄서비스 노동자 도입을 본격 검토한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노동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한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를 우회할 방법으로 개별 가구가 직접 외국인 노동자와 사적 계약을 하거나 돌봄서비스업 자체에 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적 계약을 하게 되면 서비스 제공자(외국인 노동자)의 지위가 근로자와 개인사업자의 중간으로 간주되어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한은의 이번 보고를 두고 산업계, 정계, 언론계 등은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손을 들었다. 오 시장은 또 “시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하고 이상만을 좇았던 과거 비정규직법과 임대차 3법이 도리어 저소득층을 옥죄었던 우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한국노총은 “국내 돌봄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를 외면하고 시장 논리만을 따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차등 적용 등 임시방편식 정책은 불필요한 사회 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관광숙박산업에서는 돌봄 분야의 최저임금 하향을 시작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의 본격화를 기대하고 있다. 인력난이 심한 중소형호텔에서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특성상 1일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근무가 많고, 최근 경영 여건 악화로 높은 임금을 주는 곳이 많지 않아 취업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차등을 적용한 국가들은 많이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나라 전체 최저임금을 정하고, 각 주가 이보다 높게 업종별로 정할 수 있다. 캐나다는 각 주가 알아서 정하되, 경비원·농업인 등 특정 직업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호주는 직업 종류를 122개로 나눠 최저임금을 각각 다르게 정하고 있다.

관광숙박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 차등화로 인한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노동시장 격차로 인한 양극화·성차별·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시장의 사각지대와 배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다만 한국은 현재 역대급 저출산·고령화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며, 올해는 이보다 더 하락한 0.6명으로 추산된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최저임금 차등화가 인력난과 서비스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밑거름이 되도록 각 제도를 적절히 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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