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은 5년 내지 10년 사이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시설재투자업이다. 이론적으로는 숙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 공간을 대여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고객이 많을수록 시설물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인테리어 트렌드의 변화,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5년 주기 또는 10년 주기로 리모델링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리모델링 주기가 길거나 재투자의 여력이 없는 숙박시설은 경쟁 시설이 리모델링을 단행할 경우 경쟁력이 약화된다. 이처럼 약화되는 경쟁력을 법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실제로 1990년 당시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등장했다.

▲ 상가일대(본 이미지는 기사과 관련 없음)

사건의 개요

【원고】 경쟁 숙박업 경영자 4인
【피고】 서울특별시 송파구청장

【보조참가인】 리모델링 예정인 숙박업 경영자

【사건의원인】
보조참가인인 리모델링 예정 숙박업 경영자는 본인이 경영하고 있는 여관건물에 대해 숙박업구조변경허가를 신청했고, 피고인 서울특별시 송파구청장이 이를 허용했다. 원고는 보조참가인의 인근에서 동일한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숙박업 경영자들로, 보조참가인의 숙박업구조변경허가가 취소되지 않을 경우 주거의 안녕과 생활환경이 침해된다고 허가처분 취소를 요청한 사건이다.

숙박산업의 과열경쟁이 부른 대법원 판례
1990년 8월 14일 대법원이 선고한 89누7900 사건은 말 그대로 과열경쟁이 부른 촌극이다. 원고인 숙박업 경영자들은 해당사건의 보조참가인인 리모델링 예정 숙박업 경영자가 운영 중인시설에서 50미터 내지 700미터의 거리에서 동일한 여관을 운영하던 경쟁관계였다. 하지만 본 사건 보조참가인이 리모델링을 단행할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리모델링을 법리적으로 제한하고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고의 이유를 살펴보면 원고인 숙박업 경영자들은 보조참가인의 숙박업구조변경이 허가될 경우 원고들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고, 주거의 안녕, 생활환경의 침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인 사업자 중 어느 한 쪽이 투자를 단행해 최신 시설과 인테리어를 도입할 경우 투자를 하지않은 사업자가 경쟁력이 뒤처지는 논리를 법리적으로 인정받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이 입게 될 피해가 행정청이 숙박업구조변경허가를 취소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헤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상고를 거듭한 끝에 대법원까지 올라온 것이다.

“상고를 기각한다” 소송비용까지 떠안아
89누7900 사건의 쟁점은 숙박업구조변경허가처분을 받은 건물의 인근에서 여관을 경영하는 자들이 이에 대한 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소익이 있는지 여부였다. 원고들이 구조변경허가의 취소를 요구하는 건물은 원고들이 운영하고 있는 여관에서 50미터 내지 70미터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원고들의 주장은 해당 건물의 숙박업구조변경허가가 원고들에게 중대한 손해를 입게 한다는 것이며, 나아가 거주자이기도 한 원고들의 주거의 안녕, 생활환경의 침해 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숙박업구조변경허가에 따른 불이익은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인 불이익에 지나지 않아, 그것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소익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봤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결국 89누7900 사건은 리모델링을 계획 중인 숙박시설의 일반적인 행정절차를 경쟁 숙박시설에서 제한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례로써 큰 의미를 남긴다.

결국 이번판례의 원고들은 관광숙박산업에서 법률적으로는 경쟁 숙박시설의 리모델링을 제한할 수 없다는 상징적인 판례를 남겼지만,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소송비용에 대한 금전적 손해를 떠안게 됐다. 이는 당연한 상식을 두고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다는 또 다른 상징적 의미를 낳는다.

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누7900 판결

【판시사항】
숙박업구조변경허가처분을 받은 건물의 인근에서 여관을 경영하는 자들에게 그 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소익이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이 사건 건물의 4, 5층 일부에 객실을 설비할 수 있도록 숙박업구조변경허가를 함으로써 그곳으로부터 50미터 내지 70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여관을 경영하는 원고들이 받게 될 불이익은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인 불이익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그것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위 숙박업구조변경허가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소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 보조참가인이 경영하는 이 사건 여관건물은 도시계획상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하고는 있으나, 그 전면은 25미터, 우측면은 8미터 도로에 접해 있고, 그 주변에는 대로변을 따라 여관, 술집, 세차장 및 각종 점포가, 그 후면으로는 6미터 도로를 사이로 미용실, 식당, 문방구, 슈퍼 등 각종 상점이 마주 보고 설치되어 있어, 그 일대가 사실상상가지역으로 조성되어 있고, 원고 이은숙이 그곳 상가지역에서, 그 나머지 원고들이 원심판시와 같은 거리를 두어 사실상의 주거지역에서 숙박업을 경영하면서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될 뿐 이 사건 숙박업구조변경허가처분으로 인하여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건물 4, 5층 일부에서 숙박업을 영위함에 따라 원고들의 주거의 안녕과 생활환경이 침해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위 허가처분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주거의 안녕과 생활환경을 침해당하였다 하여 위 처분의 무효확인 내지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을 가진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원심법원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대법관 배만운(재판장) 김덕주 윤관 안우만

다음 호에서는 ‘휴양콘도미니엄업이 숙박업에 해당하는지’여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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