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민박 법제화는 불법을 조장하는 것”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정대준 사무국장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최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는 카풀 플랫폼을 통해 합법적인 카풀 공유경제 서비스가 도입된다.
숙박업에서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중 공유민박 법제화가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과격한 시위가 이어졌던 택시 업계의 카풀 사태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 적었고, 정부에서도 제2의 카풀 사태를 우려해 지난해와 달리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카풀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시선은 다시 공유민박 법제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사)대한숙박업중앙회 정경재 회장과 함께 각종 공청회에서 숙박업을 대변해 온 게스트하우스 협회(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의 정대준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부가 현장을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정 사무국장

이 기자_직접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숙박업을 시작하셨나요?
정 사무국장_제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 IMF 사태가 발생해 취업이 어려웠습니다. 지인이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시작해 처음 의류 유통에 몸을 담았다가 강남에서 오랜 기간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IT 기업들이 호황이었던 시절이라 법인카드 고객들이 많아 장사도 잘 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IT 기업들도 긴축 운영에 들어갔고, 생각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해 관광산업이 발전하자 숙박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연남동에 애초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생각으로 주택을 구입해 게스트하우스에 최적화된 건축 설계로 2013년 처음 발을 들이게 됐죠.

이 기자_현재 공유민박 플랫폼을 이용하는 불법 업소의 합법적 등록 업태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그러니까 게스트하우스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협회로서 불법 업소의 규모를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정 사무국장_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한 업소를 30%, 무허가 불법 업소를 7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법 업소가 많은 이유는 정부가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법만 만들고 위반이 확인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기에 급급합니다. 법이 현장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하고 보완·수정하면서 관리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법 구조는 불법 업소로 적발될 경우 1년에 최대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대 등록요건을 갖추는 비용과 비교하면 벌금이 지나치게 낮습니다. 차라리 벌금을 내더라도 무허가 영업을 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등록한 경영자들은 오히려 법을 준수함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기자_그동안 저희 정경재 중앙회장님과 함께 각종 공청회에서 숙박업을 대변해 오셨습니다. 정부에게 가장 답답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 사무국장_현장을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공유경제에 대한 생각이 지나치게 순수합니다. 공유경제의 사전적 의미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이를테면 어떤 분은 유휴자원을 활용해 취미활동을 하는 정도의 수익을 얻는 구조라고 상상하시던데, 숙박업 경영자들은 모두 알겠지만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는 카풀도 마찬가지로 최근에 정부와 택시업계가 오전, 오후 출퇴근 시간대에만 카풀을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직장인이 본인의 유휴자원을 사용해 취미처럼 수익을 얻는 경우보다 업으로 삼는 업자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숙박업도 마찬가지죠. 최소한 객실 청소와 비품 관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공유민박을 취미로 할 수는 없다고 알 것입니다. 그런대 정부는 이 시장을 지나치게 순수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죠.

이 기자_최근 정부에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정 사무국장_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입장입니다. 영업일수를 180일로 제한했습니다. 또 집 주인이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아마 공유민박 법제화가 이러한 내용으로 시행된다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다 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불법 업소는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어차피 불법이니 논외로 해야 하고, 기존에 합법적으로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들은 영업일수가 반으로 줄고 고객들과 함께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대 집 주인이 함께 옆방에서 지낸다면 아무도 예약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집주인과 함께 숙박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 예약취소가 다반사입니다. 꽃보다할배를 보시면 외국의 공유민박 시설들이 나오는데, 집주인과 함께 지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을 겁니다. 불법 업소의 입장에서는 합법적 시설로 등록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되고, 합법적인 시설은 불법 업소로 돌아서는 것이 수익에 더 도움이 되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현재 정부가 마련했다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은 불법을 조장하는 내용입니다.

이 기자_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어떻게든 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정 사무국장_대한숙박업중앙회를 비롯해 한국농어촌민박업협회, 한국호텔업협회, 저희 협회 등 4개 단체가 조금씩 입장이 다르지만, 공통된 의견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불법 업소의 근절입니다. 이를 위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유민박 법제화를 도입한다면 신고포상금 제도 운영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 생각입니다. 사실 정부가 공유경제 활성화를 시행하겠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만, 현재 제시하고 있는 반쪽짜리 법안이 원안 그대로 시행되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앞으로 대한숙박업중앙회 등과 협력해 숙박업 경영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입니다.

▲정경재 중앙회장과 함께 공유민박 관련 간담회에 참여해 온 정대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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