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조사가 보험금 60% 부담해야”
8년간 사용한 선풍기에서 불이 났다면 제품을 만든 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2010년 7월 어느 날 대전의 한 모텔 객실에 묵고 있던 장모씨는 뭔가 타는 듯한 냄새에 잠을 깼다. 일어나 보니 벽에 걸린 선풍기의 철망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선풍기 모터 부분과 텔레비전에 불이 붙어 있었다. 장씨는 복도에 있던 소화기를 급히 가져와 불을 껐지만 이미 객실 내부와 복도가 순식간에 타거나 그을렸고, 장씨도 화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소방당국은 발화 원인이 선풍기 내부에서 생긴 합선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모텔 주인에게 건물 피해 보험금과 장씨 치료비 등 3,729만원을 지급한 삼성화재해상보험은 선풍기를 만든 업체가 보험금을 부담하라며 소송을 냈다.하지만 선풍기 제조사인 S사는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선풍기는 모텔 주인이 2002년 구입한 것으로 제품이 낡았고, 모텔 측의 선풍기 사용과 관리에 문제가 있어 생긴 화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제품 내부결함이라면 제조업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유현영 판사)은 삼성화재가 선풍기 제조업체 S사와 이 회사의 보험사인 동부화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삼성화재에 2,237만원을 지급하라” 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1월 17일 밝혔다.
유 판사는 “선풍기 모터 내부에서 회전력을 유지하는 부분의 결함으로 화재가 난 것으로 판단되고, 이는 제조·유통 단계부터 문제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면서 “이 같은 결함은 평소 소비자들이 관리·관측하기 어렵다” 며 제조사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선풍기를 사용한 기간이 8년쯤 되는 점 등을 고려해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한다” 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해 8월 경북 청도의 한 펜션에서 선풍기 내부 결함으로 발생한 화재에 대해 대구지법은 “제조사가 선풍기의 합리적인 사용기간을 알리고 그 기간이 지나면 사용을 중지하고 폐기 또는 교체하도록 지시하는 등 소비자가 안전하게 제품을 사용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만큼, 결함으로 생긴 사고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펜션업주가 입은 재산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는 판결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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