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마을 ‘군산’

일제 강점기 시절 크게 발전한 도시 중 하나가 군산이다. 인근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이 전군가도(전주-군산)를 거쳐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수탈됐다. 일본은 군산의 입지적 조건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도시 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군산은 상업, 무역, 경제 등이 모두 크게 발전했다. 아직도 군산에는 일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사찰, 가옥 등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이제는 아픔의 현장임과 동시에 근대사를 엿볼 수 있는 역사 문화의 도시다.

장미동, 영화동, 신흥동 일대가 여행코스
군산하면 어느 네티즌이 제안했다는 전국 5대 짬뽕 중 하나인 군산짬뽕(복성루)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군산은 본래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역사 도시다. 이를 문화와 연결해 근대역사도시로써의 관광지로 개발됐다. 그 중 군산 시간여행마을이라는 여행 코스가 가장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본식 가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이색적인 여행지이자 데이트코스다.

군산 시간여행마을은 장미동에서부터 영화동, 중앙로, 월명동, 신흥동 일대를 일컫는다. 바닷가 쪽 항구가 위치한 부근의 근대역사박물관에서부터 일본식 사찰로 유명한 동국사까지 약 1.2km 사이 바둑판식 골목 요소요소가 모두 군산 시간여행마을이다. 메인 스트리트는 인사동 거리나 로데오 거리 등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잘 다듬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골목골목에서는 군산 시간여행마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들이 자리하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 일본식 가옥인 ‘신흥동 히로쓰 가옥’,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대를 관광하기 위한 시작은 진포해양테마공원을 추천한다. 진포해양테마공원은 1380년 고려 수군이 군산 앞바다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른 진포대첩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함인 위봉함을 비롯해 전투기, 수송기, 탱크, 장갑차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어 공원이 끝나는 부근에서부터 일본식 건물을 마주할 수 있다. 첫 번째 마주치는 건물은 군산근대건축관으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이다.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해 1922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근대건축관을 지나 시간여행마을로 접어들면 차례대로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관세박물관을 지나게 된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 마주치는 역사
바닷가 쪽 공원과 건축물, 박물관들은 모두 지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모든 곳을 천천히 관람한다고 해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바닷가 쪽 관광지를 모두 살펴봤다면 이제 동국사로 이어지는 골목을 거닐 차례다. 찻길을 건너 장미동에서 영화동으로 진입하면 여러 골목길을 마주한다. 군산시에서 관광지로 개발해 도로가 매우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또 골목마다 1930년대의 느낌을 자아내는 일본식 건축물과 인테리어로 꾸며진 식당, 카페, 액세서리 전문점, 70~80년대 불량식품 먹거리를 판매하는 업소들이 즐비하다.

영화동에서 신흥동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첫 번째 만나는 랜드마크가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이다. 원래 초원사진관은 영화 촬영 후 철거됐지만,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군산시에서 복원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군산에 여행을 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초원사진관을 지나 만나는 또 다른 랜드마크는 신흥동 히로쓰 가옥이다. 2005년 국가등록문화재 183호로 지정된 히로쓰 가옥은 일제 강점기 시절 군산 지역 포목상이었던 일본인 히로쓰가 건축한 일본식 가옥으로, 근세 일본 무가(武家)의 고급주택 양식을 띄고 있다. 목조 2층 주택으로, 지붕과 외벽 마감, 내부, 일본식 정원 등이 아직도 건립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붉은 담을 넘어 조성된 일본식 정원과 가옥이 매우 이색적이다.

또 여행의 종착지인 동국사는 1909년 일본 승려에 의해 창건됐다가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하면서 우리나라의 품으로 돌아 온 사찰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은 동국사가 유일하다. 문화재로도 지정된 동국사의 한편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제작된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여행의 대미는 역시 맛집이 장식해야 하는 법. 짬뽕으로도 유명한 군산에는 이름 난 중국집이 무수하며, 맛의 거리와 순대국 골목도 조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성당은 단팥빵과 야채빵이 유명하다. 역사의 도시에서 맛까지 더하니 군산은 당일치기로도 제법 훌륭한 여행지다.

■ 여행 TIP_군산 시간여행마을
주소: 전북 군산시 해망로 240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대중교통: 군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1, 2, 8, 17, 18, 19번 버스 승차, 근대역사박물관정류장 하차(약 15분 소요)
기차: 군산역에서 11, 12, 13, 15, 16번 버스 승차, 내항사거리정류장 하차
자가용: 진포해양테마공원 주차장(무료) 이용
특징: 일제 강점기 시절 건축양식의 건물, 사찰, 가옥 등을 접할 수 있다.

-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동국사까지 이어지는 일대(약 1.2km)가 주요 관광지다.
- 멀리는 1930년대에서부터 가까이는 1970~80년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등을 비롯해 곳곳에서 다양한 창작 공간을 만날 수 있다.
- 인근에 맛의 거리, 순대골목이 조성되어 있고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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