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부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학교환경보호구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같은 보호구역 내에서는 한국전통호텔업, 가족호텔업을 제외한 모든 숙박시설 설치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인 대한항공은 특급호텔이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신청 자체를 기각했으며, 이후 부터는 보호구역 내 어떤 숙박시설도 허용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사건의 개요와 쟁점
【신청인】
주식회사 대한항공

【판시사항】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관광호텔을 신축하고자 하는 갑 주식회 사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 호텔시설과 영업을 금지한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13호 중 ‘호텔’ 부분이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사안에서, 위 법률조항은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이 인정되고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한 사례

대한항공은 왜 헌법소원을 제기했나?
이번 사건은 ‘기구한 땅’으로 불리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부지에서 발생했다. 경복궁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에는 안평대군, 봉림대군의 사저가 있었던 유서 깊은 땅이었고, 광복 이후에는 미국대사관이 직원 숙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부지는 1997년 삼성생명이 매입했지만 활용방법을 마련하지 못했고, 대한항공이 2008년 매입하며 7성급 한옥호텔을 계획했다. 하지만 인근에 풍문여고, 덕성여중고가 인접해 학교환경보호 구역 내에 위치하게 됐고, 관광호텔시설의 설치를 금지한 당시 학교보건법에 위반됐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도 불허하면서 갈등이 지속됐다. 이에 대한항공은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에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대한항공은 당시 학교보건법이 호텔의 종류와 등급 구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체의 호텔시설 및 영업을 금지함으로써 일반호텔과 달리 학습과 학교보건위생 등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없는 특1급 관광호텔의 설치를 금지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의 호텔 시설과 영업을 해제하는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가리키는지 예견할 수 없는 바, 교육당국의 자의적인 법집행이 가능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뿐아니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신청 기각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대한항공의 주장처럼 해당 사건은 직업수행의 자유를 장소적으로 제한하고,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은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헌법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바, 국가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교육의 책임, 학교교육제도의 형성권과 규율권, 학교 보건위생과 교육환경에 관한 법률을 정할 수 있는 입법형성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즉, 국가의 교육 정책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숙박시설 설치를 금지한 것은 호텔 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윤락행위, 음란행위, 음란한 물건의 유통, 도박 등의 사행행위 등으로 인한 각종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차단·보호해 학생들의 건전한 육성과 학교 교육의 능률화를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소재하는 건물의 용도와 영업의 종류를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호텔’이 라는 특정 용도의 건물 사용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더해 특급호텔 역시 기본적으로는 숙박업소의 하나로, 공중위생영업이나 풍속영업을 영위하는 장소에 속해 일반 호텔과 다를 바 없다는 점, 관할 행정기관에서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특급 호텔도 유흥시설, 단란주점 영업, 유흥주점 영업 등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급호텔이라고 해서 다른 숙박시설과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화구역 안에 호텔영업을 금지한 것은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 호텔 영업자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학생들의 건전한 육성 및 학교 교육의 능률화 등의 공익이 결코 작지 않아 법익균 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정화구역 내 호텔 영업이 가능한 요건의 구체성, 명확성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는 점, 교육당국에 자의적인 법집행권한을 부여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 을 미루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대한항공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했다.

▲ 최근 서울시가 110년 만에 공개한 송현동 부지
▲ 최근 서울시가 110년 만에 공개한 송현동 부지

판결 후 대한항공 부지는?
대법원의 기각 판결 후 대한항공은 정부, 지자체, 국회 등을 상대로 관련법 개정 등의 로비 활동을 벌여왔지만, 곳곳에서 반대에 부딪치며 끝내 호텔을 건립할 수 없었다. 결국 2021년 당시 대한 항공이 소유하고 있었던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에 매각됐고, 한국 토지주택공사(LH)가 5,580억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LH에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제공하면서 3자 교환 방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결과적으로 학교환경보호구역 내 숙박시설 설치는 굴지의 대기업도 넘지 못한 벽이 됐다.

대법원 2012. 6. 28.자 2012아35 결정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주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요약】
‘호텔’이라는 특정 용도로 건물을 사용하는 것만을 제한하는 것이므 로, 그 부지나 건물 소유주로서는 토지나 건물의 기능 중 ‘여관’ 용도의 범위 내 사적인 효용성의 일부만을 제한받게 된다. 관광숙박시설인 관광호텔과 일반숙박시설인 일반호텔 사이에, 관광호텔의 종류나 등급, 그 운영시설의 규모 등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정화구역 안에 호텔영업을 금지함으로써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 내지 호텔 영업자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학생들의 건전한 육성 및 학교 교육의 능률화 등의 공익이 결코 작지 아니하다고할 것이다. 이는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또한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에 대하여 살펴보면, 어렵지 아니하게 예측할 수 있고 교육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사람이 재량권을 가진다고 하여 교육당 국에게 자의적인 법집행권한을 부여하였다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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