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석 더휴식 이사/스페이스플래닝 대표이사

기획자의 시선으로 모텔을 바라보면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라고 불리는 버려진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기획 통해서 수익을 만드는 공간으로 되살릴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던 로비 공간이다. 오늘은 옥상과 지하 등 모텔 속 데드 스페이스를 새롭게 살리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죽은 공간을 살리는 2가지 질문

보통 공간을 살린다고 하면 디자인을 화려하게 하거나 콘텐츠를 넣는 방법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디자인을 아름답게 하거나 단순히 콘텐츠를 넣는 것만으로 데드 스페이스의 수익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예산을 투입할수록 비용 회수를 하는 난이도가 동시에 높아지므로 리스크가 생긴다. 따라서 데드 스페이스의 기획 과정은 다음의 두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투자 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둘째, 사람들이 찾아와 비용을 지불하려면 어떻게 공간을 운영해야 하는가?이다.

 

옥상

모텔의 옥상은 낙후된 직원 숙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옥상 건축물의 용도가 숙박시설임에도 모텔 옥상을 직원 숙소로 운영하는 것은 투자대비 효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옥상이라 단열에 불리하다는 점, 낙후된 시설이 많다는 점, 직원이 자유롭게 공간을 꾸미기 어렵다는 점 등등 숙소에서 직원이 생활 수준을 향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공간을 보다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직원의 월세를 대신 지원해 제대로 된 주거 환경을 제안하는 것이 비용 대비 좋은 복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옥상 공간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모텔 직원 숙소는 가정집처럼 거실, 방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을 활용해 스테이 감성을 지닌 공간으로 기획해볼 수 있다. 스테이 공간은 여러 사람이 입실하므로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보통 매출이 잘 나오는 모텔 객실 1개당 월 매출이 200~250만원대라고 봤을 때, 2배 정도 효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남은 공간에 간단한 마감공사 후 글램핑 콘텐츠를 운영하면 옥상은 더욱 가치 있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지하

건물을 지으면 지하에도 로비만한 널찍한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지하 공간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그냥 창고, 기계실 정도로만 활용되곤 한다. 관광호텔로 승인을 받아서 레스토랑이나 카페로 꾸며진 곳도 있지만 만족스러울 만큼의 수익이 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경우 오히려 운영 인건비나 시간 투자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생긴다. 따라서 넓은 지하의 장점을 살려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획, 대관 및 프로그램 운영 수익을 만들어볼 수 있다.

커뮤니티 공간은 최소화된 비용으로 아주 심플하고 깔끔하게 마감만해도 충분하다. 가구도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 감도 있는 조명 정도만 둔다. 이를 통해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연말 행사, 스터디 등 다양한 대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심플하게 꾸며진 넓은 지하 공간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비라는 추가 이익을 얻기에도 적합하다. 프로그램이란 다시 말하면 여러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모임 콘텐츠. 주변 상권 고객층의 연령이나 행동 양상을 검토하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젊은 고객이 많고 소셜 네트워킹 활동이 자주 이루어지는 홍대에서는 오프라인 남녀 모임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

 

수익성이 낮은 객실

모텔 객실의 수익성이 낮아졌을 때, 그 객실을 데드 스페이스로 볼 수도 있다. 주변 인프라가 부족해서 고객 유치가 어렵거나 객실 크기가 너무 작아 숙박 공간으로서 가치가 낮아졌을 때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 객실 세 개 정도를 한 세트로 묶은 패키지 구성으로 기획해볼 수 있다. 이 방법은 각각 다른 콘텐츠를 넣은 세 개의 방을 하나의 객실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다. 또 풍부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에 주변 인프라가 부족해도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혹은 공간에 특이한 콘셉트를 줌으로써 거리에 상관없이 방문할 가치를 부여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홍콩 스타일을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면 그 콘셉트를 좋아할 만한 여행객이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소품, 디자인, 인테리어를 공간에 입히는 것이다.

 

공간을 살리는 VMD 디자인의 힘

지금까지 데드 스페이스를 보다 가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투자, 그리고 수익성 높은 운영이 중요하다는 점에 관해 이야기해보았다. 이런 기획을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효과도 중요한데, 이 부분을 책임져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VMD(Visual Merchandising Design) 디자이너다.

VMD 디자인은 거칠게 말하면 제품 배치를 통해 고객에게 시각적 임팩트를 주고, 구매를 촉진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다. 즉 공간에 무엇을 어떻게 배치해야 가장 가치 있게 보이는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VMD 디자이너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텔에서 데드 스페이스를 새로운 공간으로 연출할 때도 VMD 디자인이 큰 도움이 된다. 적절한 소품과 배치만으로도 고객이 느끼는 공간의 임팩트와 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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