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수의 객실에서 생활하는 다중이용시설로 늘 화재와 같은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숙박업경영자 역시 불시에 발생하는 사건사고 등을 사전 방지하기 위해 시설 및 안전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책임 입증이 어려운 화재사고 시 그 보호 의무는 발동되는 것일까? 숙박업경영자는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하는 것일까? 판례를 들어 설명한다.

 

 

기초 사실, 청구 취지

원고 AB(), C·D·E(자녀)2014. 12. 2.경부터 피고 F가 운영하는 전라북도 순창군에 위치한 ‘H모텔(이하 사건 방)’에 투숙하던 중, 2014. 12. 28. 08:30경 발생한 화재로 인해 상세불명 호흡기도 부분의 화상, 상세불명의 눈 및 눈 무속기 부분의 화상, 식도염을 동반한 위·식도역류질환, 머리 및 목 부위의 2도화상(중증흡입화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원고들은 임대인이자 숙박업자인 피고 F에게 투숙객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이의를 제기, 소송을 청구했다. 청구 내용은 원고 A에게 50,720,700, 원고 B에게 10,000,000, 원고 C·D·E에게 각 5,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4. 12. 28.부터 이 사건 소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 손해배상 내역표 : 일실소득 6,196,612, 기왕치료비 13.045.220, 향후치료비 379,440, 개호비 699,489, 모텔숙박비 400,000, 위자료 30,000,000, 10,000,000원 각 5,000,000

 

법원 판단 : 보호의무는 인정

법원의 판단은 먼저 숙박계약에 대해 숙박업경영자는 투숙객에게 객실을 제공하고, 그로부터 대가를 받는 일시 사용의 임대차 계약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투숙객에게 위험이 없는 환경, 편안한 객실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해 안전을 배려해야 할 보호 의무 역시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숙박계약의 특수성으로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인 의무다. 즉 숙박업경영자가 이를 위반하고 투숙객에게 생·신체를 침해해 손해를 입혔다면 불완전이행으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서는, 피해자가 그 구체적인 보호 의무의 존재와 위반 사실 등을 주장, 입증해야만 한다. 피고 역시 자기 과실이 없음을 주장, 입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숙박업경영자는 체결한 숙박계약에 따라 투숙객의 생명,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시설을 제공해야 하며, 이 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끼쳤다면 당연히 배상해야 한다.

 

입증 불가한 화재원인, 책임은 누가?

그렇기에 위 사건에서의 핵심은 원고 A에 대해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는 지에 대한 여부다. 원고는 화재 원인을 전기누전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전기적인 발열 및 불꽃에 의해 발화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하면서도, 인적인 행위로 인해 발화된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즉 사람 행위로 인한 고의 발화도 예상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검찰청에서는 탄화패턴 및 가연물의 배치, 화재의 진행 속도 등에 비춰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됐기보다 최초 발화점이 이 사건 방의 침대 모서리라고 감정했다.

 

법원 판단 : 증거 불충분

당시 사건조사에 따르면 원고 A는 화재발생 직전인 0710분경 술에 취해 복도를 왕래하면서 흡연을 위한 라이터를 구하고 있었다. 원고 A는 평소에도 화장실이나 객실 내에서 거리낌 없이 즐기는 애연가였다. 라이터는 202호 투숙객이 건네주었다.

그로부터 약 1시간 20분경 뒤, 08:32경 원고 A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119에 직접 신고하고 매연 과다 흡입으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신고가 진행된 그 시각에는 이미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찰 정도로 화염이 급격하게 확산된 상태였고, 원고 A는 바로 대피가 가능한 출입문 옆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 바로 대피가 가능한 자리임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구심이 생기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화재 발생의 주원인이 누전으로 보기 어렵다. 화재 발생지도 원고가 투숙했던 방이었으며, 화재의 진행정도나 발생 전·후의 원고 A의 태도, 119와의 통화 내용을 비춰봤을 때 인적 행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었다. 즉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에 증거가 부족했고, 사건 화재가 피고 F의 보호 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이 기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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