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관부처 일원화 없이 발전도 없다”

지난해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원정책 중 하나로 관광숙박시설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다양한 정책적 수혜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관광숙박업만 지정됐다는 점이 문제다. 관광숙박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호텔업종만이다. 이에 따른 지원규모는 8,000여곳에 불과하며, 이는 전체 숙박시설의 12% 수준이다. 절대다수인 88%의 숙박시설은 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일까? 이제는 엉망인 대한민국 숙박시설 관리체계의 민낯을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
숙박매거진이 정부부처, 공공데이터, 정부부처의 각종 연구용역 등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전체 숙박업종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숙박시설의 규모는 66,993개로 집계됐다. 정부부처가 전국 지자체로부터 등록현황을 제출받아 정식으로 통계를 집계하더라도 오차범위는 5%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모든 숙박시설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숙박업이 30,229개로 가장 많고, 펜션의 등록기준인 농어촌민박업이 27,138개로 뒤를 이었다. 숙박업과 농어촌민박업만 대한민국 전체 숙박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숙박산업을 여관, 모텔, 중소형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숙박업과 농어촌민박업 다음으로는 야영자업이 2,079개로 뒤를 이었다. 상위 2개 업종과의 격차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가 크다. 반대로 1개도 등록하지 않은 숙박업종은 수상관광호텔업과 의료관광호텔이다. 의료관광호텔의 경우 2018년 당시에는 2곳이 집계되기도 했지만, 2019년 12월 기준으로는 기존에 등록되었던 2개 시설이 운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등록한 곳이 1곳도 없는 업종구분이 법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정부가 안일하게 숙박시설을 관리해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더구나 ‘전체 숙박업종 통계’를 작성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부처별로 공공데이터를 통해 등록현황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업종은 숙박업과 관광호텔업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숙박업의 관리체계가 우수하게 자리잡혀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며, 전문성을 지닌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숙박업종이 그나마 원활하게 통계가 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나머지 업종들은 제대로 된 통계에 접근하기 매우 어려웠다.
그나마 청소년수련시설 등의 통계를 매년 작성하는 여성가족부가 숙박업종의 통계를 매년 작성하고 있어 집계가 수월했고, 숙박시설 관리의 전문성을 찾기 어려운 산림청,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은 산업통계연보 등에서도 숙박업종의 통계가 집계되지 않고 있었다.

27,138개가 집계될 정도로 국내 숙박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어촌민박업 시설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내부 자료에서는 통계를 접하기 어려웠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구용역 자료에서나 업종등록현황을 접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관광숙박산업의 비참한 현실이다.

전문성 없는 부처가 최대 숙박업종 관리
‘전체 숙박업종 통계’를 토대로 부처별 전체 숙박시설의 관리비율을 살펴본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코로나19로 방역에 집중하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전체 숙박시설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숙박업을 관리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농어촌, 축산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40%에 달하는 농어촌민박업을 소관하고 있다. 두 부처가 관리하는 대한민국의 숙박산업은 85%에 달한다. 이는 사실상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숙박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과도 같다.

하지만 관리, 정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문제다. 법령 자체도 공중위생관리법, 농어촌정비법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지원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예산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숙박업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예산은 농어촌민박사업자 의무교육 정도에만 책정되어 있으며, 그마저도 매우 적은 예산만이 책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지원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반면에 숙박산업에 대한 진흥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수로만 8,223개, 비율로만 12%에 불과한 숙박업종을 소관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대형자본으로 구축된 관광숙박시설을 주로 소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관광호텔업, 휴양콘도미니업엄, 전문휴양업, 종합휴양업 등은 시설의 규모를 고려하면 대형자본이 투입되지 않는 한 등록자체가 어려운 시설들이다. 결국 진흥정책의 대부분이 대기업 중심, 대형자본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체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전환되고 있는 여행소비트렌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내놓은 정책이 바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다. 외국인 여행객에서 우리나라의 실질 생활방식을 소개하겠다며 도심 속 가정집을 이용해 숙박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바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다. 그러나 이 같은 트렌드와는 별개로 지원정책이 대기업 중심, 대형 자본 중심에 쏠리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소관하는 숙박업종 자체가 대형숙박시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결국 절대다수의 중소형 숙박시설은 소관부처를 잘못 만나 아무런 지원혜택을 받지 못하고, 대형자본이 투입된 대형숙박시설은 상대적으로 자본의 우위를 점하면서도 정부로부터 다양한 정책 수혜를 받는 기형적 관리체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객실과잉공급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스포츠행사를 유치하면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대형숙박시설 건립계획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중소형 숙박시설의 경영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객실과잉공급 문제가 지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진입을 차단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을 정도다.

이대로는 국내 관광숙박산업의 발전은 어렵다
현재 대한민국 관광숙박산업은 제대로 된 통계도 없고, 지원정책은 대형숙박시설에 집중되고 있다. 절대다수의 국내 숙박시설은 사실상 정부로부터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며, 무분별한 난개발과 지자체의 대형숙박시설 건립계획으로 객실과잉공급 문제가 심화되면서 점진적으로 숙박산업이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주소다.

특히 통계청의 정부통계에서는 7만개에 육박하는 숙박산업의 통계조차도 없다. 숙박업종이 10배 이상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음식점과 한데 묶여 통계가 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 통계분류에서 음식·숙박업 카테고리 내 숙박업이 자치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관광숙박산업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며, 정확한 이해와 통계없이 진흥정책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에 숙박업경영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결국 국내 관광숙박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높은 부처가 전체 숙박산업을 일원화해 관리해야 하며, 이 같은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한 국내 숙박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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