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기임대 형식에 호텔식 서비스 접목

▲ 일본 제국호텔
▲ 일본 제국호텔

코로나19로 전세계 관광숙박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호텔들이 자존심을 낮추고 장기임대 형태의 아파트먼트 서비스로 돌파구를 찾고 있어 주목된다.

니혼게이지신문 등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로 창업 131주년을 맞이한 도쿄 제국호텔이 ‘아파트먼트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단기숙박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호텔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객실을 장기임대 형태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제국호텔은 3층 99개 객실을 아파트 형태로 리모델링했다.

제국호텔의 아파트먼트 서비스의 임대가격은 약 30제곱미터 객실의 경우 30박에 세금과 서비스요금을 포함해 36만엔(약 380만원), 50제곱미터 객실의 경우 30박 기준 60만엔(약 640만원) 수준이다. 아파트먼트 서비스이지만,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아파트먼트 공간만 관리하는 직원을 별도 채용하고, 식사, 청소,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특급호텔을 상징하는 제국호텔이 아파트먼트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코로나19로 떨어진 객실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기업에 출근하지 않는 재택근무자와 비즈니스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오피스로 활용하거나 부유층에서는 세컨드 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제국호텔은 일본 메이지 시대에 개관해 오쿠라, 뉴오타니 호텔 등과 함께 도쿄를 대표하는 3대 호텔 중 하나로 불렸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일본의 주요정당과 기업체에서 자주 모임을 가졌고, 고급식당과 쇼핑센터가 몰려 있는 긴자와 인접해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객실 가동률이 10%까지 떨어지는 등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 특급호텔의 아파트먼트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렵지만, 주요 관광국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다. 객실을 전통적인 아파트 형태로 디자인해 호텔고객들에게 제공하거나 호텔과 맞닿는 공간에 아파트를 건축해 객실타입 중 하나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여행트렌드가 단체관광에서 개인의 자유여행으로 변화하고, 호텔보다 해당 국가의 가정집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공유숙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소비트렌드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세계의 관광숙박산업이 위축되면서, 이제는 자존심 높은 특급호텔들이 생존을 위해 아파트먼트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아파트식 장기임대와 호텔식 서비스를 접목한 상품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객실 내 주방설비가 가능한 생활숙박시설이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기업인 ‘손더(Sonder Corp)’가 2019년부터 투자를 받아 지상 26층 270가구 수준의 아파트 전체를 호텔식 서비스를 접목한 장기임대 상품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서비스의 주요 타깃층은 주택임대차계약 형태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계층이 아닌 일반 여행객이다. 전통적인 호텔 서비스보다 실제 집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과 아파트먼트를 결합한 서비스가 국내에 정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반적으로 호텔을 주택처럼 이용하는 개념이 부족하고, 협소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냉장고와 에어컨 등을 구비한 풀옵션 원룸이 강력한 경쟁상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교적 짧은 출퇴근 거리, 반나절 전국생활권이 가능한 좁은 국토면적은 내국인 수요 창출이 어려운 배경이다.

다만, 주택가와 밀접하거나 오피스 타운, 공사현장이 많은 지역에 위치한 숙박시설에는 이른 바 ‘달방’ 형태로 장기숙박하는 수요층이 많다. 객실의 장기숙박요금을 합리적으로 구성하고 홍보를 강화한다면 이 같은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호텔의 아파트먼트 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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