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건설사에서 매입,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전환

▲ 르 메르디앙 호텔 서울
▲ 르 메르디앙 호텔 서울

최근 서울을 대표하는 5성급 호텔 중 하나인 논현동 르 메르디앙 호텔 서울이 현대건설에 매각됐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상당수 특급호텔이 매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 대형건설사가 매입한 이후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등 용도전환을 계획하고 있어 관광숙박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르 메르디앙 호텔 서울은 현대건설이 약 7,00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 메르디앙 호텔 서울은 소유주인 전원산업이 1995년 서울 논현동 남서울호텔을 인수해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쳐 리츠칼튼 서울로 개장하면서 출발했다. 지난 2017년에 1,400억원의 자금을 들여 르 메르디앙 호텔 서울로 리모델링했다. 한 때 럭셔리호텔의 대명사로 불리며 승승장구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 감소, 코로나19 등 연달아 악재가 발생하자 누적결손금이 980억원에 이를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했다.

최근 매각이 성사되어 1월부로 영업이 종료되는 강남 최초의 특급호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대지 9968㎡)’은 개발전문 시행사 더랜드가 인수했다. 매수가격은 약 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반포 팔래스호텔’로 출발한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40% 이상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으로 호텔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 용산구의 ‘이태원 크라운호텔(대지 7011㎡)’은 최근 현대건설, 하나대체투자운용, 알비디케이(RBDK)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1980년 개장한 이태원 크라운호텔은 코로나19의 여파로 41년 만에 폐업의 기로에 놓였다. 거래가격은 약 2,000억원대로 알려졌으며, 오는 3월에 계약이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스위스 그랜드호텔’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매각주간사로 대주회계법인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며, 외국계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도 선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래가격은 약 4,500억원대로 알려졌다. 1988년 문을 연 스위스 그랜드호텔은 홍은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지면적만 4만5,500평 규모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호텔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제주칼호텔과 서귀포칼호텔을 매각할 예정이다. 제주칼호텔은 제주도 최초의 특급호텔로 지난 1974년 개관했으며, 제주도 관광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서귀포칼호텔은 1985년 완공되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한진그룹이 두 호텔을 매각대상에 포함한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유휴자산매각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많은 특급호텔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각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특징은 대형건설사, 개발사, 시행사 등이 매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급호텔을 매입한 건설사들은 대부분 호텔을 허물고 주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호텔부지 매입에만 약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며, 고급주택으로 개발해 시공과 개발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20~30년 전 자리를 잡았던 호텔부지에 고급주택이 들어선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세를 고려하면 국내 특급호텔의 산업규모가 점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미 대형건설사가 개발을 완료한 부지를 호텔업계에서 다시 사들이기 어렵고,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객실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숙박시설 건축허가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는 홍대 머큐어앰배서더호텔, 명동 티마크호텔, 용산 서울드래곤시티 등이 매각을 검토 중이다. 높은 부동산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특급호텔 매각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 호텔까지 연쇄적으로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 경영난 해소를 위한 최후의 수단인 매각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관광숙박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다. 이에 정부는 숙박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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