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숙박시설은 업장의 대표가 일부 직원을 두는 형태로 조직구조가 단순하다. 하지만 규모가 클수록 지분, 지배, 조직의 구조가 복잡하다. 한 사람의 자본이 아닌 여러 사람의 자본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고, 대표 아래 위탁운영사 또는 전무, 상무, 지배인, 관리부장, 영업부장 등 업무의 책임소재도 복잡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호텔 내 화재사고 등이 발생한다면 실질적으로는 관리·운영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대표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봤다.

사건의 개요와 쟁점

【피고인】 호텔직원
【상고인】 호텔대표

【사건의 개요】
지난 1984년 1월 14일 오전 8시경 대구지역 한 호텔에서는 헬스클럽에서 연소중인 석유난로에 석유를 부어 넣다 순간 발화되어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삽시간에 호텔 전체로 번졌고, 호텔을 이용하던 고객 40여명이 사망하고, 68명이 1주 내지 4개월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원심은 호텔대표에게 다양한 이유로 책임을 물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과실치사상 혐의를 유죄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호텔의 회장이라고 해서 화재사고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는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복잡했던 호텔의 지배구조
대법원 85도108 판례는 다수가 사망에 이르고, 다치는 등 호텔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사건이다. 호텔대표에 대한 과실치사상 혐의 뿐 아니라 건축법위반, 소방법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뇌물수수 등의 다양한 혐의가 포함된 대형사건이다. 다만, 이번 법률정보에서 살펴볼 내용은 호텔대표에 대한 책임소재다.

먼저 사건이 발생한 호텔은 지배구조가 복잡하다. 사건 당시 호텔대표는 1983년 호텔을 설립해 운영해 왔던 기존 대표가 사망하자 아내이자 공동재산상속인으로써 호텔회장에 취임하게 됐다. 그러나 경영에 참여한 경험이 없어 아들을 전무로 임명해 책임자로서 호텔을 경영하도록 했고, 밑으로 상무, 지배인, 관리부장, 영업부장 등을 따로 두어 소관업무를 하도록 했다. 화재는 이 같은 조직체계에서 평범한 일상을 지나던 중 발생한 것이다.

원심 재판부는 호텔대표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지도록 했다. 원심 재판부는 호텔대표가 헬스클럽 등에서 불량난로 등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여야 할 뿐 아니라 수시로 화기취급 및 그 감독에 관하여 경영주로서 철저히 확인 및 감독해 화재발생을 미연에 방지함은 물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확산방지 및 인명, 재산피해를 막거나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도록 종업원들에게 수시로 방화 및 인명구조, 대피, 유도훈련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재가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은 호텔대표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해외에 있었던 대표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화재사건이 발생한 호텔의 대표는 1983년 남편이 사망할 당시 회장에 취임했으나 경황이 없었고, 기업경영의 경험도 없어 아들을 실질적인 책임자로 경영하게 하고, 전혀 업무에 관여하지 않던 중 같은 해 치료 등의 목적으로 미국으로 가 있다가 화재소식을 접한 사실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화재가 발생한 헬스클럽 및 그와 연결된 호텔본관의 사우나 시설 등은 사망 전 대표의 남편이 설계해 현재 호텔대표가 취임하기 전에 완공한 것으로, 호텔본관은 물론 그 부대건물의 구조 및 시설 등에 대해서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호텔을 경영하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는 점, 아들을 호텔경영책임자로 둔 점, 상무, 지배인, 관리부장, 영업부장 등을 따로 두어 소관업무를 분담하여 처리하도록 한 점, 소방 및 방화관리자까지 선정해 당국에 신고한 후 해당 관리자로 하여금 소방훈련 및 화기사용 또는 취급에 관한 지도·감독 등을 하도록 한 점 등을 비추어보면 호텔대표가 회장으로 취임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에 대한 일반적, 추상적 지휘감독의 책임은 있을지언정, 원심에서 판시한 바와 같은 화재의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수 밖에 없고, 그밖에 기록을 살펴보아도 호텔대표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의율한 원심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봤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사건은 대형호텔 뿐 아니라 중소형호텔에서도 주목할만 하다. 운영을 위탁하거나 본업을 따로 두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관리자에게 대부분의 업무를 맡기는 일은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어디까지나 실제로 경영에 참여한 바가 없고, 시설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나온 판결이다. 이를 확대 적용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은 주의해야 하지만, 실제로 호텔업무와 시설구축에 참여한 바가 없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례이기 때문에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기억해야 할 판례다.

대법원 1986. 7. 22. 선고 85도108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상】 【집34(2)형,450;공1986.9.15.(784),1141】

【판시사항】
가.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호텔회장의 호텔내 화재에 의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책임
나. 행정단속법규에 대한 과실범의 처벌

【판결요지】
가. 호텔을 경영하는 주식회사에 대표이사가 따로 있고 동 회사의 실질적인 책임자로서 업무전반을 총괄하는 전무밑에 상무, 지배인, 관리부장, 영업부장 등을 따로 두어 각 소관업무를 분담처리하도록 하는 한편, 소방법 소정의 방화관리자까지 선정, 당국에 신고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소방훈련 및 화기사용 또는 취급에 관한 지도감독 등을 하도록 하고 있다면 위 회사의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던 소위 회장에게는 위 회사의 직원들에 대한 일반적, 추상적 지휘감독의 책임은 있을지언정 동 호텔 종업원의 부주의와 호텔구조상의 결함으로 발생, 확대된 화재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나. 행정상의 단속을 주안으로 하는 법규라 하더라도 명문규정이 있거나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법의 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84.11.6 선고 84노133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대법관 박우동(재판장) 김형기 정기승 김달식

다음 호에서는 ‘영리 목적이 아닐 경우 미신고 숙박업 운영 혐의의 판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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