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에서 자동차 번호판 가림막 설치는 정당할까?
숙박시설에서 자동차 번호판 가림막 설치는 정당할까?
  • 김세연 기자
  • 승인 2020.11.09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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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권의 상권을 비롯해 교외에 위치한 상당수 숙박시설에서는 주차공간을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차공간에 개폐시설을 구축하고 사방을 벽면으로 설치해 외부에서 주차장이 보일 수 없도록 차단하지만, 이 같은 시설을 갖추지 못한 숙박시설에서는 자동차 등록번호판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 등록번호판 가림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나와 살펴봤다.

▲ 일반적인 중소형호텔의 주차시설
▲ 일반적인 중소형호텔의 주차시설

사건의 개요와 쟁점

【피고인】 호텔 종업원
【상고인】 호텔 종업원

【사건의원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 종업원은 지난 2008년 10월 13일 오후 11시 05분경 호텔 출입 고객들 차량 2대의 번호판을 간판으로 가리는 등의 방법으로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경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했고, 호텔종업원이 항소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한 끝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5만원을 부과하는 2심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다시금 호텔종업원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결로 이어졌고, 대법원은 이를 정당한 행위로 판단해 호텔종업원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해석에 따라 달라진 판단
이번 사건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호텔의 종업원은 고객 차량 2대의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고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실제로 호텔에서 사용하고 있었던 간판 등으로 가렸다. 이에 경찰은 2013년 개정 전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으로 적발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에서 벌금형을 부과했다. 하지만 호텔종업원은 자동차관리법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호텔종업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법 조항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호텔종업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호텔종업원에게 5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2심 당시 검찰은 법에서 처벌대상에 대한 행위, 장소 등을 제한하지 않았고,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하더라도 호텔 등 숙박업소는 범죄자들이 은닉장소로 자주 이용하고 범죄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호텔종업원에게 자동차번호판을 가려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많아 자동차의 효율적인 관리를 저해할 수 있는 장소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행정형벌을 내릴 수 있는 구성요건적 행위만 있더라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1심 판결을 뒤집고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호텔종업원의 항소로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은 또 다시 판단이 뒤집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은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간판 등으로 가려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게 한 것은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사생활 노출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나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 교통범죄의 단속과는 별 다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숙박시설은 사적인 장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구 자동차관리법 위반혐의다. 구 자동차관리법 제10조 제5항은 ‘누구든지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러한 자동차를 운행하여서도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1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호텔종업원과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법 적용을 지나치게 넓게 적용했고, 법익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고, 검찰과 2심 재판부는 법에서 정한 위반행위의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법익을 저해하지 않았더라도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호텔종업원과 1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판단의 기준도 비슷하다. 대법원은 숙박시설의 주차장 시설을 사적인 공간으로 분류해 법익을 헤치지 않는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대법원 판결요지를 살펴보면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의도, 목적, 내용 및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 자동차관리법 위반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는 등의 행위가 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나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확보, 교통범죄의 단속과는 무관하게 사적인 장소에서 이를 저해하거나 회피할 의도 없이 행해진 경우에는 처벌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숙박시설에서 단순히 고객들의 요청에 의해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는 사유지에서 발생한 서비스 일환의 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의도, 목적, 내용 및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자의 범죄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도주 및 보호의 목적 등으로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렸다면, 법익을 헤치는 행위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 서비스 차원으로 고객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는 대법원에 판단에 의해 정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9도2800 판결
【자동차관리법위반】 【공2011하,196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구 자동차관리법 제10조 제5항은 “누구든지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러한 자동차를 운행하여서도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82조는 고의로 위 제10조 제5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은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고, 구 자동차관리법이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공공의 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그 행위가 이루어진 의도, 목적, 내용 및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 자동차관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는 등의 행위가 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나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 확보, 교통·범죄의 단속과는 무관하게 사적인 장소에서 이를 저해하거나 회피할 의도 없이 행해진 경우에는 위 각 규정에 따른 처벌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호텔의 종업원으로서 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의 번호판을 호텔 간판 등으로 가리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그들의 사생활 노출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행위이고, 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나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 교통·범죄의 단속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으므로 구 자동차관리법 제10조 제5항 및 제82조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구 자동차관리법 제10조 제5항을 함부로 제한해석해서는 아니 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구 자동차관리법 제10조 제5항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주심) 차한성 박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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