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조건 불구, 숙박협회 의견 반영되지 않아 비판 목소리 커져

▲ 지난해 국회 앞에서 진행된 공유민박 국회처리 반대 대정부 집회

정부가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공유숙박 플랫폼을 제한적이고 한시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사)대한숙박업중앙회(회장 정경재, 이하 숙박협회)는 그동안 도입 반대를 주장해 왔기 때문에 정부와 기존 숙박산업의 첨예한 갈등과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월 27일 열린 ‘제7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위홈(대표 조산구)에서 접수한 실증특례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위홈은 플랫폼을 활용해 서울 지하철역 인근 일반주택을 내‧외국인에게 일정한 범위에서 숙소(도시민박업)로 제공하는 공유숙박 서비스에 대한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이번 실증특례의 주요내용은 서울 지하철역 인근 공유숙박 호스트 4,000명을 대상으로 내‧외국인 대상 숙박 서비스 제공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1∼9호선 지하철역 반경 1km 이내 ▲호스트 거주 ▲영업일수 연 180일 제한 ▲연면적 230제곱미터 미만 ▲단독주택·다가구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중 하나일 것 ▲공동주택의 경우 이웃 동의, 세입자의 경우 소유주 동의 ▲숙박시설에 소화기 1개 이상, 일산화탄소 경보기, 객실별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 ▲이용자 상시 불만 접수 및 처리 체계 운영 ▲호스트 대상 교육 실시 ▲심각 반복적 주민 민원 발생시킨 호스트 제외 ▲호스트 정보 정기보고 ▲이용자 후기 및 평점 공개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부여했다.

심의위원회는 위홈에서 신청한 실증특례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에어비앤비 등 해외 기업의 국내 영업활동이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가해지는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유숙박이 확대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와 안전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위홈에 시스템적으로 호스트와 이용자의 안전 및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체계를 갖춘 후 사업을 개시하도록 요구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공유경제 활성화와 지하철역 인근 관광·외식업의 동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공청회와 각종 토론회에서 공유숙박 법제화를 반대해 왔던 숙박협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큰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숙박협회는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던 ‘규제프리존특별법’의 철회를 위해 국회 앞에서 ‘공유숙박업 국회통과 결사반대’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서 처리를 무산시킨 성과를 얻었으며, 올해 5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으로부터 “공유숙박 법제화를 보류하겠다”는 답변을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정경재 회장은 많은 공청회와 토론회에서 공유숙박을 도입할 경우 기존 숙박업 경영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기 때문에 대규모 집회 등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숙박협회의 의견을 청취하고도 제한적이고, 한시적인 범위 내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도 공유숙박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의 사업을 허용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도입 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실증특례를 취소할 수 있다”며 조건부 허용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해당 조건에서조차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은 제외해야 한다는 숙박협회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아 기존 숙박산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조치를 극히 제한적인 시범사업의 의미로 축소하고 있지만, 규제 샌드박스가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장벽을 허무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소관부처에서도 반대하고 있는 빈집재생 프로젝트, 공유자동차 도입을 위한 규제완화 등의 무분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산업 발굴을 위해 규제를 허물면서 지속적으로 기존 산업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 앞으로 우리 숙박협회를 비롯해 기존 산업의 큰 저항과 투쟁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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