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인한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과 배상 범위
화재로 인한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과 배상 범위
  • 김세연 기자
  • 승인 2019.08.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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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숙박업 법률정보
대법원 2012다86895, 2012다86901 전원합의체 판결

숙박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는 늘 주의해야 한다. 특히 고객이 잠을 자는 공간이기 때문에 화재로 인한 대피에 취약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숙박업에서의 화재는 작은 사고라도 공중파 뉴스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이목이 집중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숙박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로, 화재로 인한 피해의 이해당사자인 임차인, 임대인의 관계에서는 손해배상이라는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한다. 임대차계약 중인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임차인은 어디까지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관 련한 판례를 살펴본다.

사건번호 2012다86895와 2012다86901은 각각 임대인이 임차인과 보험사에 제기한 소송이다. 1심과 2심에 거쳐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졌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전의 대법원 판례까지 뒤집은 판단을 내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건의 개요]
지난 2008년 5월, A씨는 경기도 광주시에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건물의 1층 가운데 150평을 B씨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B씨는 임대한 공간에서 골프용품매장을 운영했고, 지난 2009년 10월 발생한 화재로 2층까지 모두 소실됐다. 이에 A씨는 B씨가 임대차계약을 통해 임대를 주었던 공간을 그대로 반환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임대차계약을 맺지 않은 2층까지 화재로 소실됐기 때문에 2층 등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B씨가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의 판결]
이번 소송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원고인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임차인이 임대공간을 보존하기 위해 선량한 주지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임대 공간이 아닌 건물 전체에 번진 A씨의 손해에 대해서도 B씨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임차인 B씨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해 보험사에게 이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판례 뒤집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부터 설명하면 대법원은 2심 판결 중 하나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고, 또 다른 하나는 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B씨가 임대공간을 보존해 반환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B씨 스스로가 선량한 주지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고, 발생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했다. 이는 2심 재판부가 B씨의 책임을 인정한 판단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B씨가 임대하지 않은 공간에 대해서는 B씨의 책임이라는 것을 임대인 A씨가 증명해야 한다며, B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원고인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정리하면 임대차계약 공간에서 발생한 화재의 손해배상책임은 임차인이 본인의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임대차계약이 아닌 공간으로 화재가 번진 피해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화재 원인이 임차인에게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사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전의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이전의 판례는 임차인에게 모든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1]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하여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당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인하여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편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623조),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며, 임차인이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

[2] [다수의견]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이 아닌 건물부분(이하 ‘임차 외 건물 부분’이라 한다)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러한 의무 위반에 따른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거나, 임차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도 민법 제390조, 제393조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임대인의 주장·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임차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해서까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고 판단한 종래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의 별개의견]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한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증명책임의 일반원칙에 따라 손해 발생에 관하여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건물 중 임차한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라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한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민법 제390조에 따라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다음, 임차물이든 그 밖의 부분이든 불에 탄 부분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화재로 불에 탄 부분이 임차물 자체인지 임차물 이외의 부분인지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나 증명책임을 달리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임차물과 임차 외 건물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의 성립요건을 별도로 판단하는 것은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판단해야 할 사항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서 판단하는 것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

임차인이 건물의 일부를 임차한 경우에 임대차 기간 중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함께 임대인 소유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탔을 때 임차인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성립하는 경우에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는 반대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화재의 원인이나 귀책사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때에는, 임차 건물 부분의 손해뿐만 아니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까지 임차인이 전부 책임지는 것은 임차인에게 가혹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하여 전혀 책임지지 않고 그 부분 손해를 임대인이 모두 감수하도록 하는 것 또한 구체적 타당성에 어긋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 법원은 임차 외 건물부분의 손해에 대하여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긍정하되, 책임에 대한 제한을 통하여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3]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 따라 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보험계약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자의 책임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주문】
원심판결의 본소에 관한 부분 중 피고(반소원고) 및 피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10월호에서는 ‘같은 공간에서의 숙박업 영업자 중복 신고 여부’ 에 대해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