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높은 관광호텔의 회생 위해 국민의 세금 투입

서울시가 관광호텔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용도를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숙박업계에서는 무분별하게 관광호텔 건립을 허가하더니 실패한 정책을 수습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텔에 대한 허가를 지양하고, 기존 숙박업소의 시설 업그레이드를 지원해 전체 객실의 총량을 유지해야 하는 형태의 정책 노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패한 정책에 심폐소생술 나선 서울시
서울시는 최근 종로구 숭인동 207-32번지에 위치한 베네키아호텔의 객실 238실을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2020년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도심 속 공실을 주거 용도로 전환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는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발표한 이후 관광호텔을 용도 전환한 첫 번째 사례다.

서울시는 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당장 ‘역세권 부지’ 기준을 변경했다. 그동안 ‘역세권 부지’ 기준은 △지하철, 국철 등 역이 2개 이상 교차 △버스전용차로가 위치한 역 △폭이 25m 이상인 도로에 위치한 역 등 3가지 요건 중 2개 이상을 충족해야 했지만, 1개 조건만 맞아도 ‘역세권 부지’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용도상향이 가능한 최소 부지면적인 1,000㎡를 10% 이내에서 기준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고, 상업지역과 인접한 간선도로 기준도 폭 ‘25m 이상’에서 ‘20m 이상’으로 완화했다. 여기에 더해 시내 업무용 오피스나 호텔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는 기준을 새로 만들었으며, 이를 추진하는 민간사업자에게는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건설자금 지원 등을 제공한다. 서울 시민의 세금을 투입해 청년주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숙박업 안팎에서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숙박시설의 공급과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관광호텔 건립을 허가했다. 실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 이전인 2011년 기준 서울 시내 호텔은 148개, 객실은 2만5,160호실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기준으로 서울시에 등록된 호텔은 373개, 객실은 4만9,566실로, 호텔수만 2.5배, 객실수는 2배 가량 증가했다.

서울시 배니키아호텔 역세권 청년주택 위치 (제공= 서울시)
서울시 베니키아호텔 역세권 청년주택 위치 (제공= 서울시)

원인은 공급과잉, 해법은 기존 숙박시설 활용해야
더구나 이 같은 관광호텔은 중구(26개소, 5,290실), 강남(32개소, 4,835실), 마포(14개소, 2,928실) 지역에 몰려 있다. 특정 지역 내 지나치게 많은 호텔이 건립되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됐고,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한 이후에는 난립했던 관광호텔의 수익도 감소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면서까지 관광호텔을 돕는 것은 실패한 정책을 수습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서울시는 여전히 관광호텔 건립에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을지로, 영동, 신사, 송파의 전화국 지사를 호텔로 용도변경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던 KT가 올해 3월 또 다시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 KT 전화국 부지를 호텔로 용도를 변경하는데 성공했다. 이미 공급과잉이라는 명동에 336개 객실의 관광호텔이 새로 들어선다. 정확하게는 중구청이 이를 허가해 준 것이지만,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해야 할 서울시와 정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서울 지역 내 관광호텔 건립 허가를 받은 부지 중 상당수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사업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광장시장과 가까운 부지 및 홍대 마포구 동교동 167-13번지 일대에서는 호텔 건립을 취소하고 다른 용도로 변경했다. 숙박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숙박업 관계자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개할 수준으로 기존 숙박업소를 리모델링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라며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관광호텔 허가를 반려해야 세금까지 투입해 실패한 정책을 되돌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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