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조인’ 폐업...1세대 토종 OTA가 몰락한 까닭은?

모바일앱 시대, 경쟁력 급격히 하락...끝내 자금난 극복하지 못해

최근 토종 OTA(온라인여행사)의 1세대인 ‘호텔조인’이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폐업했다. 현재 호텔조인의 홈페이지에는 환불방법만 안내되어 있는 상태이다. 국내 토종 업체가 폐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 해외OTA와 국내OTA 간의 불공정 경쟁의 결과?

업계에서는 국내 중견 숙박예약업체 ‘호텔조인’이 폐업하게 된 주요원인이 ‘글로벌 업체들과의 불공정한 경쟁’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숙박예약업체들은 객실을 판매하여 중간 수수료를 받거나, 객실을 일반 판매가보다 수수료율 만큼 저렴하게 대량 예약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마진을 남긴다.

국내 숙박예약업체들은 수수료나 환불 규정 등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 업체들은 객실 판매수수료를 더 많이 받고 국내 관광 규제도 적용받지 않고 있다. 토종업체들이 역차별 규제로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화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 업체 수수료율은 15~23%로 국내 업체보다 5~8%가량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업체는 가격표시제에 따라 객실판매가격에 세금과 수수료를 모두 합한 총액을 표시해야 하지만, 해외 업체들은 가격표시제, 환불규정 등 국내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

또한 30일 전에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할 경우, 계약금의 전액을 돌려줘야 하지만 외국 업체는 해당 규정을 지킬 의무가 없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과도한 위약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라고 권고했으나, 해당 업체는 환급을 거부했다. 심지어 해외 업체들은 환불이 불가능한 조건으로 객실을 정상가격보다 더 싸게 판매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호텔과 계약을 맺을 때 호텔들이 더 저렴하게 객실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최저가격보상제 조항’을 넣는 등 불공정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이와 같이 국내OTA는 역차별 규제를 받으며 해외OTA와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

■ 호텔조인, 경쟁력 상실로 시장에서 밀린 것?

2003년 설립된 호텔조인의 폐업은 외국계 업체들이 국내 숙박예약시장을 장악하면서 토종 업체들이 밀려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토종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려난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2004년 국내에 주5일제가 도입된 이후,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지난 2010년 72%에서 2016년 89%로 증가했으며, 국내여행 총비용은 16조원에서 25조원으로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숙박시장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현재 중소형 모텔, 호텔을 포함한 전체 숙박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와 같이 전체 파이는 커졌으나, 대부분의 이익은 익스피디아와 같은 글로벌 OTA와 모텔 예약에서 경쟁력을 갖춘 여기어때, 야놀자 등이 주로 가져가고 있다.

작년 국내 숙박예약시장에서 외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53.7%에 이른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업체들은 아고다, 부킹닷컴 등을 운영하는 프라이스라인, 익스피디아,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등이다. 이중 온라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다. 글로벌 OTA는 전체 숙박비 중 16~18%, 많게는 20% 이상을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으며, 국내 숙박예약업체들은 숙박업소로부터 10~11%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익스피디아를 통한 서울 5성급 호텔의 예약 비중이 2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호텔에 직접(온·오프라인) 연락하여 예약하는 비중이 40~50%인 점을 고려했을 때, 우월적 지위를 가질만한 점유율이다. 호텔조인은 국내 업체 중에서 시장점유율 4~5위를 차지했었다.

호텔조인이 업력은 오래됐지만, 글로벌 OTA와 야놀자, 여기어때와 같은 신흥 숙박앱과의 경쟁에서 밀려났다. 호텔조인은 설립초기시 온라인호텔예약대행 부문에서 인터파크를 누를 만큼 뛰어난 성과를 보였었다. 그러나 숙박예약시장이 모바일 앱 중심으로 재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조인은 과거의 틀에 사로잡혀 변화한 환경에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후발주자인 야놀자, 여기어때, 데일리호텔 등이 IT 인력 양성에 중심을 두고 모바일 플랫폼에 적극 투자할 때, 호텔조인은 여전히 PC 웹 기반 운영을 고집해 결국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호텔조인의 폐업으로 인해 영세 숙박업체와 소비자들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예약 및 숙박이 완료된 이후 대금 입금까지 한 달여가 소요되기 때문에 미수금이 상당할 것이다. 대형 호텔들은 대부분 보험을 들어놓은 상태인 동시에 수수료율이 높지 않아 피해가 영세한 숙박시설보다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고객 불만으로 인한 이미지 손실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사항을 이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손해를 입고 있다.

<출처 : 월간 숙박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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