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열정을 쏟아 시설,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면 성공적으로 숙박시설을 경영할 수 있을까? 이는 순진한 생각일지 모른다. 철저한 분석에 따른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 스스로 세우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을 것이다. 이번 칼럼을 살펴보며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을 구성해보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가평 설악관광호텔과의 인연

새해인사를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여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빠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 시간의 흐름이 어릴 적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무뎌지거나 혹은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항상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했던 시절의 시간은 풍성

했습니다. 언제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나이와는 무관하게 시간의 흐름에 망연자실

하지 않을 텐데 좀체 그러지 못하고 있음을 자책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항상 새로워지

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야 적어도 삶이 충만하지는 않을지라도

경쟁에서 도태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전년도인 2017년 초에 가평 설악관광호텔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우나와 찜질방을 포함

한 연면적 4,000㎡에 이르는 제법 규모가 있는 2성급 관광호텔이었습니다. 연회장과 제대로 된

조리시설을 갖춘 식당, 그리고 칵테일 바까지 있는 중후한 호텔이었습니다. 2005년도에 처음

호텔을 오픈하여 가평군에 있는 유일한 관광호텔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잠깐의 호시절도 누렸

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당 호텔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에 경쟁적으로 생기는 모텔과 펜션과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물주가 바뀌고 그 바뀐 건물주가 필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 컨설팅을 의뢰하게 되면서

가평에 위치한 이 호텔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호텔에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앞에도 산, 뒤에도 산, 산 밖에 없는 말 그대로 시골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산새

가 너무도 아름답다거나 소위 말하는 힐링의 키워드로 가득 채울 수 있는 풍경도 아니었습니

다. 호텔 뒤편은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고, 그 바로 옆에 납골당까지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호텔 앞은 꽤 많은 차량이 이동하는 국도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산골에 홀로 있는 외딴 암자처럼 건물 하나만 서있을 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식당이나 편의점조차 없는 외진 곳이었습니다. 건물주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의 호텔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주기를 기대했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의 오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 건물을 취득하고 특급호텔의 경험이 있는 지배인을 선임하여 대략

2년 동안 호텔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 자료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호텔의

월매출 추이와 비용을 분석했습니다. 객실과 부대시설별, 그리고 비용은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누었습니다. 제대로 기장되어 있는 자료가 있었기에 분석 자체는 별반 어려운 것이 없었습니

다.

수익이 나오지 않고 적자폭이 소폭이나마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당시 직원의 규모는 지배인을 포함해 13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우나는 세신사분에게

임대를 주어 세신사분이 관리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객실 41개의 호텔치고는 방대한 규모라

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2성급의 호텔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인력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필자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말은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타인들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말합니다. 24시간

운영되는 프런트, 사우나와 찜질방을 운영하기 위해 보일러실을 담당하는 3명의 인력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상권이 갖고 있는 취약점에 비춰봤을 때

대단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종종 실패하는 자영업자분들이 하는 실수 중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현상을 대표적으

로 꼽을 수 있습니다. 식당을 예로 들어보면, 손님이 오지 않으니 식재료의 신선함은 떨어지고

그나마 초기에는 하염없이 출입문을 바라보며 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설렘도 있었겠지만 언젠

가 부터는 TV에 시선이 고정되어 어쩌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제대로 된 인사도 드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차 타성에 젖게 됩니다. ‘될대로 되라’라는 식이지요.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

지고 악순환만 반복됩니다. 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봐야합니다.

일반적인 실패 요인이 아닌, 흔히 간과하는 또 다른 실수를 꼽자면 의욕만 넘쳐서 무리하게

서비스를 강화하는 경우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식재료의 신선도를 맞추기 위해 기한이 지난

제품을 과감히 처분하고, 언젠가 오실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24시간 대응할 직원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매출이라는 것은 객장이 갖고 있는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에 절대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

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41개의 객실을 통해 나올 수 있는 매출은 해당 객실의 공급량을

뛰어 넘을 수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상권과 경쟁요인까지 포함한 물리적인 한계까지 추론해야

합니다. 단순히 열심히 해서 매출을 상승시키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열정으로 그칠 때도 있습

니다.

고객이 방문하는 패턴이나 고객의 방문 시간대를 판단해 프런트의 운영시간을 제한하거나,

호텔의 부대시설에서 적자가 나오는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필자는 사업

의 타당성을 분석할 때, 추정 매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예상비용을 나열합니다. 이후 수지

타산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현금흐름의 문제는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이때 추정 매출은 보수적

으로 산입해야 합니다. 그 후 거기에 맞는 비용을 역산하여 인력과 물리적인 공간을 재단합니

다.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한 이치입니다. 매출보다 비용이 낮으면 됩니다. 추정

되는 매출 수준에 맞추어 직원을 고용하고 서비스의 질을 맞춰야 합니다. 직원과 서비스의

질을 하늘 높이 구성해 놓고 예상 매출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오판의 시작입니다. 또한

경쟁에서 독립하여 독자적인 구성을 해야 합니다.

가평군은 서울에 인접한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아침고요수목원, 남이섬, 쁘띠프랑스 등 유명

한 관광지도 산재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과 산이 있는 아름다운 시골의 한전한 마을입니다.

이 때문에 산새가 좋은 곳에는 유명 펜션이나 모텔이 가득합니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

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관광호텔이라는 간판과, 기존과 차별 없는 고객대응방식만으로는

고객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관광호텔이라는 명함은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건전한 숙박시설이라는 타이틀은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가 대신하고 있고, 시설의 완성도는

모텔에게 빼앗긴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관광호텔은 새로운 카테고리로 이동해야 합니다. 모텔,

호텔, 게스트하우스의 분류에서 벗어나 관광호텔에 맞는 새로운 분류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그

새로운 카테고리 안에서 자기정체성을 구성해야 합니다.

현재 고객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고객은 더 이상 객실만을 소비하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닙니

다. 어렵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가족여행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숙박시설일수 있

고, 여성만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아동을 위한 호텔이란 것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

러한 고객이 얼마나 있겠어!’하는 타성에 젖지 말고, 자신의 숙박시설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하

는 고민에만 집중하면 새로운 고객층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가평군에 있는 호텔은 가평군 주민만이 고객이 아닙니다.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까지 대상에

두어야 합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우물 같은 식상한 이름을 떨쳐 버리고,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찾는데 집중하는 것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 방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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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상 진 대표
공간이노베이션(주)
TEL: 02-3286-1212
www.spaceinno.co.kr
한국형 게스트하우스 및 비즈니스 호텔 가맹점 60여개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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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숙박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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