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위기를 저가 중심 관광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올해 우리나라의 여행수지가 5월 기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숙박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참고로 여행수지는 경상수지(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를

구성하는 서비스수지 중 하나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팔아 벌어들인 외화

(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크게 증가한 것은 해외로

여행을 나간 내국인은 늘고 있지만,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안타깝게

도 앞으로 이어질 휴가철에는 여행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 여행수지 적자폭, 22개월만에 최대

지난 7월 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5월 여행수지는 13억6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5월(2억5000만달러 적자)보다 11억1000만달러 적자 폭이 더 확대

된 수치다. 5월을 기준으로 볼 때 사상 최대 적자다. 메르스 사태가 터졌던 2015년 7월

14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기도 하다.

직전달인 지난 4월(12억4000만달러 적자)보다도 1억달러 넘게 적자가 늘었다. 이는 출국자

수는 증가한 반면 입국자 수는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출국자 수는 200만4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5만7000명

보다 35만명 가까이(21.0%↑) 늘었다. 그에 반해 5월 입국자 수는 97만8000명에 그쳤다. 지난

해 5월(149만3000명)과 비교해 34.5% 감소했다. 입국자 수가 100만명 이하로 떨어진 건

2015년 7월(63만명) 이후 처음이다.

5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25만3000명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64.1% 줄어들었다.

4월 당시(22만8000명) 수준으로 여전히 부진했다.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16억9000만달러)도

전월(23억8000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전년 동월(10억7000만달러) 대비 확대됐다. 한반도

정세 불안 등으로 일본인 관광객 역시 2개월 연속 역성장해 15만9379명으로 10.8%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인 등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겨냥해 만든 서울 명동, 동대문 일대의 신생 호텔들

의 객실 점유율은 평일 10~20%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내 특급호텔들도 마찬가지

로 객실점유율이 60%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숙박업소들은 내국인을 유치하

기 위해 숙박료를 최대한 낮추고 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숙박업소들 또한 손님을

뺏기지 않기 위해 객실요금을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믿고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신규 관광호텔들은 조식 포함

2만~3만원대의 객실까지 판매하며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 인건비와 같은 고정 단가는 지속적

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객실 단가는 점점 떨어지자 끝내 자본력이 바닥나 문을 닫는 호텔들

도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4~5월은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출국자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기

이다. 휴가철인 6~8월에는 출국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여행지급(우리 국민이 해외로 나가서 쓴

규모)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행수지 적자는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외·내부적인 요인으로 숙박업계의 실정이 좋지 않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

로 삼아라’라는 말을 떠올리며, 숙박사업자들 스스로 저가 중심 관광에서 탈피하고 제대로된

‘관광한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 정부 또한 특급호텔, 비즈니스호텔, 중소형

호텔·모텔뿐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공유숙박 등 다양한 유형의 숙박시설들로 구성되어 있는

숙박업계 실정을 면밀히 파악하여 숙박시설 공급과잉으로 인한 ‘대란(大亂)’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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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숙박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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