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유민박업 합법화 추진, 이대로 괜찮은가?

선진국에서 범죄, 주택공급난 등 사회적 문제 일으켜

현재 정부에서 한국판 에어비앤비(Airbnb)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먼저 공유민박을 도입한 선진국들 사이에서 에어비앤비가 범죄하우스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등지에서는 일반인들의 자택이 마약파티, 매춘의 근거지로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텔 산업을 위축시키고 주택공급난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캐나다 캘거리주의 한 호스트는 여행객이 집안의 가구를 파손하고, 허락 없이 고가의 보드카와 와인을 마시고 달아나 우리나라 돈으로 약 8천만의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처럼 범죄 및 재산 피해가 자주 발생하자 에어비앤비는 2013년부터 ‘호스트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나 재산피해에 대한 경찰 조서 제출, 재산의 소유권 증명 등 신청과정이 까다로워 호스트가 피해 보상금을 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일부 호스트들은 호스트 없이는 에어비앤비도 운영될 수 없으므로 단순 사용자라고 여기지 말고 규정된 피해보상 범위 내에서 호스트가 피해를 입었을 시 에어비앤비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에어비앤비 보험’을 개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객실 수를 확장하려는 호스트들 때문에 심각한 주택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일부 호스트들이 본격적으로 숙박업에 뛰어들면서 주택을 단기 임대하거나 아예 집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거를 목적으로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어 샌프라시스코는 지난해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접대업 서비스가 작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미국 뉴욕의 호텔업계는 1년간 총 21억 달러(약 2조 6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호텔보다 비교적 저렴한 에어비앤비 숙박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 주 원인으로 꼽혔다.

현재 공유민박업 합법화를 추진 중인 국내 상황도 위의 선진국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해결한 국내 외국인 관광객은 50만 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개인으로 움직이며 현지인의 생활을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이 크게 증가하면서 외국인을 겨냥한 게스트하우스와 비즈니스호텔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급호텔들은 객실 이용률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더 나아가 숙박업계 전체가 심각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 속도가 숙박 공급 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4월까지 506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으며, 올해 국내 외국인 관광객은 2014년 수준(1323만명)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5월 중순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의 한 숙소를 예약 한 외국인 관광객은 이용하는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관문에 ‘경찰이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관광객이 묵었던 숙소는 국내에서 불법 숙소로 분류되는 오피스텔이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호스트가 이 같은 문구를 붙여놓은 것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경찰을 피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공유숙박 서비스를 앞서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성폭행, 마약파티, 매춘 등과 같은 범죄가 증가하고 심각한 주택난이 일어나 이를 금지시키거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단독, 다가구, 아파트, 연립과 다세대주택으로 한정하여 공유민박업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벌써부터 오피스텔을 활용해 불법적으로 숙박공유 서비스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발생해 숙박업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이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공유민박업을 합법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정부는 분명 옳지 못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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